南어선 왜 NLL 월선했나

선원 4명을 태운 남측 어선 한 척이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원인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

군에 따르면 이날 선원 4명이 탑승한 29t급 오징어 채낚이 어선 ‘800 연안호'(선장 박광선.54)가 오전 5시5분께 강원도 제진(옛 저진) 동북쪽 32km 상의 동해 NLL을 11.2km가량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 1척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됐다.

전날 오후 1시33분 강원도 거진항을 출항해 우리 함정의 레이더 밖의 동해 먼바다에서 밤샘 조업을 마친 연안호는 거진항으로 복귀하다가 항로를 이탈, NLL을 넘어 북측 수역으로 진입했다.

NLL 북쪽 수역 11.2km까지 올라간 연안호는 오전 5시5분께 우리 초계함에 포착됐다. 함정에서 어선통신망을 통해 연안호를 호출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아무런 응신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안호는 오전 6시20분 국제상선공통망으로 속초 어업정보통신국에 “GPS(인공위성항법장치) 고장으로 복귀항해 중 북한 경비정을 발견했다”라는 내용의 교신을 했으며 연안호와 48km 떨어진 초계함에서도 이 교신내용을 청취했다.

이 때문에 군과 해경은 연안호에 탑재된 GPS장비가 고장나 항로를 이탈, 북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동해 공해상에서 조업 후 복귀 중 GPS 고장으로 인한 항로착오로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북한 경비정에 예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PS 장비 또는 ‘프로타’가 아예 어선에 탑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안호가 29일 ‘프로타’를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제작사에 맡겼고 수리된 프로타가 이날 오전에야 배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런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프로타’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능의 장비로, 해도와 NLL, EEZ(배타적경제수역) 등이 그려져 있다.

어선들은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이 장비에 기록된 항로를 따라 항해하고 있으며 고기를 잡을 어장의 지점(포인트)도 기록해 둔다.

‘프로타’ 제작업체 관계자는 “어제 오전 10시에서 11시사이 제품을 수령해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쳤으며 오후 6시께 택배로 발송했다”면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오늘 오전 중 배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연안호가 GPS 보조장비를 여분으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GPS 장비가 탑재 안됐다고 단정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북측은 국제상선공통망에 의한 함정간 핫라인 가동 합의사항을 또 준수하지 않아 경색국면인 남북관계를 반영했다.

북측은 오전 6시44분 우리 초계함과 오전 7시16분 해군작전사령부가 국제상선공통망으로 각각 경고통신을 보냈지만 두 차례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보통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오면 우리 함정은 북측 경비정에 국제상선공통망으로 무선통신을 보내고 항로를 착각해 NLL을 넘은 것으로 판단되면 즉각 돌려보내고 있다.

특히 기관고장으로 NLL을 넘게 되면 육지로 예인해와 기관을 수리하고 연료를 보충해 돌려보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해야할 점도 드러났다.

우선 연안호처럼 선체 재질이 강화플라스틱일 경우 레이더가 잘 탐지할 수 없으며 함정의 레이더 탐지거리도 짧다는 점이 드러난 것.

군 관계자는 “어선이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됐고 소형 선박이어서 육안으로도 관측되지 않았고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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