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부동산 몰수, ‘천안함’ 분위기 반전 노림수?

북한은 23일 금강산지구 내 정부 및 관광공사 소유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민간 부동산을 동결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북한의 대남 압박공세가 천안한 침몰사건 이후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번 조치는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조사→동결에 이은 예정된 수순으로 읽혀지지만 한편으론 천안함 침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변화와 대북 여론악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침몰사건 발생 초기 ‘북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정부 입장이 ‘단호한 대처’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 ‘국가안보의 중대한 사태’ ‘군사적·비군사 모든 대응 검토’ 등 점차 ‘북한 연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자 역(逆)공세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조치가 최근 북한이 대내외 매체를 동원해 ‘천안한 연계’를 부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로 지칭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더불어 천안함 사태에 따른 남한 내 대북 여론악화에 따른 공세라는 주장이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금강산관광 문제만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여론의 확산되면서 보다 공세적인 조치를 취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자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 ‘역도’로 비난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선제적으로 흔들고 나오는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당분간 북한의 ‘남한 흔들기’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보면서 민간기업 부동산 몰수 등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차츰 대남 압박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이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도 담화에서 “괴뢰패당이 만일 우리의 응당한 조치에 대해 그 무슨 ‘강력한 대처’니 뭐니하며 무분별하게 도전해 나올 경우 보다 무서운 차후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강산 지구 내 부동산 소유·임대한 민간 기업들의 불안감을 조장시켜 정부의 대북정책을 압박하기 위한 속셈으로 풀이된다. 남남갈등을 유발해 대북여론 반전을 꾀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압박조치가 금강산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해당기관의 위임에 따라’라고 밝혔다.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 군부 인사들은 22일부터 이틀간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어 금강산의 이번 조치가 국방위원회, 즉 국방위원회 ‘수장’인 김정일의 조치임을 시사했다.


박 국장 등이 이에 앞서 19, 20일에 개성공단을 방문해 대북 전단(삐라)을 문제 삼고, 15층 높이의 건물 옥상이 남측의 북측 동향 파악 등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금강산과 더불어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간접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몽니’를 부릴 경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해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한 12·1조치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2008년 12월 1일 경의선(개성공단) 육로통행 입·출경 횟수를 대폭 축소하고 방북인원도 제한하고, 상시체류자격 소지자도 약 1/4 수준으로 줄여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은 생산품의 반출 어려움 등에 피해가 컸다.


북한이 12·1조치 이상의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북한이 개성공단 직원이었던 유성진 씨를 137일간 억류하기도 했던 만큼 언제라도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볼모로 도발이 가능한 곳이다.


앞서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도 10일 통지문을 통해 남한의 대북전단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서해지역 북남관리구역을 통행하는 남측 인원들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남측의 대책이 없을 시 “결정적 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가 기조를 바꿀 때까지 한동안 강경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리 정부도 천안함 침몰원인 규명이 끝나기 전에 유화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현인택 통일부장관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북한이 부당한 조치들을 확대 실시해 나갈 경우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 연구위원도 “천안함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북한은 더 이상 이명박 정부와 경협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남한 정부와 새롭게 협상하기 위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