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계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탈북 문학 세미나 및 남북 문인 시낭송회’에서다.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문학인 북한인권 선언’ 발표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문학인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초안 작성 배경을 밝혔다. 북한인권 선언 초안은 방 교수가 작성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3대째 ‘빅 브라더’가 철권을 휘두르는 공포와 불신, 기아의 땅”이라며 “문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저(북한) 체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북녘의 동포들이 똑같이 누리게 되는 그 날까지 우리 문학인들은 양심과 양식을 걸고 말하고 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문단은 진보적 성향이 강해 북한인권 문제를 금기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언은 문학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선언으로 향후 한국 문단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어진 발표에서 소설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이호철 회장은 “70년간 분단체제 속에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를 돌아보면 우리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끈질긴 구석이 있어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처해있는 객관적인 내외 여건은 그 끝머리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점만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해방 후 북한 정권이 섰을 때 3, 4년간 북한사회 안의 실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장편소설 ‘남과 북, 문 열리나’를 펴냈다. 또한 2009년에는 해방 후 남북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던 이승만, 김구와 조만식, 최용건 등의 정치 지도자들이 60~70년 동안 저승에서 남북의 오늘의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그들대로의 생각을 그린 장편소설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을 펴내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박덕규 단국대 교수는 “탈북사태는 북한체제의 와해 조짐을 방증하고 남북한의 대립국면에서 남한의 완벽한 비교우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1990년대 중후반 국내적 관점으로 탈북 문제를 이해하던 작품이 21세기 들면서 국제적 경험과 인식을 포괄하는 작품이 됐다”며 한국 문학에서 탈북자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탈북작가 모임인 ‘국제펜망명북한작가센터’ 장해성 대표는 “북한 소설, 영화들의 하나같은 특성은 바로 김일성의 혁명활동을 최대한 우상화함으로써 타의 추적을 불가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북한 작가들은 진정한 작가들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수령을 찬양하는 송가를 쓴다”면서 “이름 있는 작가일수록 돌아서서는 수령과 당에 대에 불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소개했다.
탈북문인 이지명 작가는 해방 전 부농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평양영화대학 창작학부에서 축출돼 독학으로 함경북도 청진사범대학 어문학부를 공부해 작가가 됐다. 그는 조선작가동맹 작가가 됐지만 당에서 시키는 대로 주견을 잃은 체제의 어용작가였을 뿐이라고 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