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당국자 `추방’됐나 `철수’했나

북한이 개성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근무하는 남측 정부 당국자 11명을 퇴거시킨 일과 관련, 정부는 `북이 철수를 요청했고 그에 따라 철수했다’며 점잖게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추방’으로 여겨지고 있다.

추방의 법률적 의미는 `자기 나라에 머무르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외국으로 나갈 것을 명령하는 일’이고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이나 조직 밖으로 쫓아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의 요구를 수용, 경협사무소에서 철수한 배경을 두고 “당초 3일내 철수하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남아있어 봐야 본연의 업무수행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리력이 동원되지도 않았고, 북한의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이는 형태로 경협사무소를 떠났기 때문에 `철수’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 내용상으로는 추방에 다름없다는게 일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국법 위반 사항이 없는 남한 당국자를 추방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을까.

국제법 전문가들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면 북한의 행동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 접수국은 배경을 설명할 필요없이 특정 외교관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PNG)이라고 결정, 파견국에 통보할 수 있고 파견국은 해당자를 소환하거나 그의 공관직무를 종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주재국에 통보된 파견국 상주 공무원은 폭넓게 외교관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만약 국가간 관계라면 경협사무소 직원 역시 비엔나 협약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만약 이번 일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일어났다면 우리로선 별달리 이의를 제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남북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고 규정한 만큼 남북간의 문제에 이런 국제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란 무리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남북은 각종 합의를 통해 `로컬룰’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측의 남측 당국자 추방은 남북간 합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관련 합의로는 2005년 7월 채택된 `경협사무소 개설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있다. 여기에 따르면 북측은 당국간 회담대표단의 출입절차 및 신변 안전을 남측 경협사무소 인원들에게도 동일하게 보장하게 돼 있다.

또 2004년 1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채택한 개성공단.금강산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는 `북측은 인원이 (개성공단.금강산)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조사하고 (중략) 위반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며 추방가능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철수 통보를 받은 우리 측 당국자들은 북측에 남북간 합의사항 위반임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