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밀입국 등을 통해 미국 망명을 신청한 남한 국적의 탈북자 상당수는 남한 정착에 실패하자 미국에서의 새 삶을 기대하면서 망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밀입국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북한군 중좌(중령급) 출신의 탈북자 고국진(53)씨는 남가주 이북5도민회 김호정 회장과 전화통화에서 “남한에서 경제적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 미국에서 돈을 벌어 여유있게 살기 위해 망명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고씨는 “한국에 들어와서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은 없고, 군부대에서 강의를 좀 했지만 강의료가 얼마 안되고 직업이 없어 힘이 들었다”며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돈도 벌고 시민권도 취득해 아버지로서 구실을 하려고 왔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또 “현재 (남한에서)받고 있는 탈북자 기초생활비가 너무 모자라 살 수 없다”며 자신의 5인 가족이 남한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생활비는 종전 110만 원에서 현재 50만 원 정도로 줄어들어 임대주택비를 제외하고 한달 생활비가 60만∼70만 원이 소요돼 힘들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최근 미 망명이 기각된 탈북자 임모(40)씨도 망명이유로 북한의 살해위협을 주장했지만 2001년 초 남한에 들어온 뒤 무직으로 있으면서 가족의 정착금을 탕진하고 가정불화까지 겪자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초 남한에 입국한 러시아 벌목공 출신의 한창권(43)씨도 미 망명신청 동기와 관련, “(안기부에서의) 가혹행위를 폭로한 것 때문에 안기부(현 국정원)에서 계속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식당 운영이 제대로 안돼 한의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 인권법 소식을 듣고 망명을 결심했다며 남한사회 적응 실패가 망명신청 이유 중 하나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한 정착에 실패한 탈북자들이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미국사회에 정착하고 돈을 버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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