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탈북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은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도대학교 남북통합지원센터에서 펴낸 ‘북한이탈주민의 이해’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북한이탈주민(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있다.
지난 2007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출판된 <북한이탈주민복지시리즈> 6번째로 박은숙 그리스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외 6명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북한체제의 특성과 인권 상황을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사회 적응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북한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조망과 남북통합에 대한 준비는 우리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중대한 과제”라는 전제 하에 “북한이탈주민이 처했던 상황과 남한사회에서의 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책의 저자 중 한명인 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조사연구팀장은 ‘북한이탈주민의 탈북 배경 및 실태’라는 글을 통해 북한체제의 특성과 인권 상황이 북한주민들이 불가피하게 탈북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중국에서의 강제 송환과 제3국 체류시 법적인 문제와 탈북자 발생의 원인으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지적했다.
이 팀장은 1990년대 중후반 대량 탈북 사태 후, 북-중 국경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북한 내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의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김영자(2007년 탈북) 씨는 “중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한번도 보지 못한 번화한 광경이 펼쳐지는 순간,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으로 북한 당국에 속고만 살았다는 배신감과 딱히 누구에게랄 수 없는 원망감이 한꺼번에 밀려든다”고 책을 통해 전했다.
이 팀장은 ‘한번 자유의 맛을 보고 나면, 다시 북한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 다수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어 혹독한 처벌을 받아도 풀려나면 다시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이 팀장은 “기존과 같은 식량난으로 인한 탈북은 시기에 따라 증감할 수 있지만, 의식변화에 따른 탈북시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챕터인 ‘북한이탈주민의 문화적 이질감 및 적응 문제’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적응 문제를 사회문화와 정치 행정적 적응으로 나눠 살펴본 후, 북한이탈주민들의 부적응문제와 이로 인한 정신건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여성과 아동 복지 전문가들이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과 성역할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부부간의 갈등, 가족 간의 어려움,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문화적 적응’이다.
저자들은, 언어의 차이로 인해 남북한 주민 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가치관의 차이가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 간 문화적 사회통합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주민들의 무관심과 편견도 북한이탈주민의 부적응의 주요 이유로 지적됐다.
책은 남한주민들은 평소에는 북한이탈주민을 비교적 우호적으로 인식하지만 대학입학 특례와 같이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에는 남한 사람들의 태도가 매우 실질적으로 변화한다고 지적한다.
2006년 북한이탈주민 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한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35.7%였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데 문제점이라고 답한 사람은 32.1%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의 말투가 이상해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자주 쳐다보기 때문에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고 한다. 자유와 새로운 삶을 위해 남한에 왔지만 이곳 역시 북한이탈주민들이 맘 편하게 살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성공정착을 위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의지와 남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어울러졌을 때, 탈북자 2만의 시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