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경제인들에 北측 “경협 본격화” 역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북남 경제협력을 하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입을 모으는 북측 관계자들이 “일촉즉발, (남북 사이에) 곧 싸움이 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통한 남북간 본격적인 경협을 갈구하는 것으로 들렸다.

안동대마방직과 북측 새별총회사간 합영회사인 평양대마방직의 준공식 참석을 위해 방북한 남측 참관단을 맞은 북한의 민화협과 민경련 참사와 책임참사들은 북한 군부의 `남북관계 전면차단’이라는 경고를 되풀이했으나, 결국은 싸우자는 뜻이 아니라 남북 경협을 더 활발히 하자는 게 속내임을 감추지 않았다.

가을이 한층 깊어진 10월말 평양을 찾은 기자의 눈에 평양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 덕분인지 지난해 3월 찾았을 때보다 활발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일행인 경제분야 북한 전문가도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에게는 유화정책을 펴면서 군부는 경각심을 높이는 이중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평양시내의 긴장감없는 분위기를 설명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관한 질문엔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만 말하고 화제를 피할 뿐 특별히 예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평양 거리에는 전투적 구호라고는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 어디에 있든 결판을 낼 것이다’는 정도의 구호만 보였을 뿐 직접적인 반미구호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강성대국 건설’ ‘비약의 준마’ ‘총진격’ ‘자력갱생’ 등 경제건설을 독려하는 구호가 메웠다.

0…북측 관계자들은 준공식 등 남측 방북단과 함께 하는 행사마다 ‘두 선언’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경협이 한층 발전하기를 희망했다.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수석대표를 지낸 박창련 민경련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양각도호텔 만찬장에서 환영사를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구현해 나가면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하고 북남 경제협력에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서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북남 경제협력 사업을 더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대마방직에 대해서는 “북남 경제인들이 이해를 깊이 하고 결실을 가져올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고, 다른 관계자들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이런 때일수록 뭔가 사업하자고 하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희망했다.

이들은 또 “미국의 본성이 달라지겠느냐마는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과 같은 제재가 풀렸으니 좀 나아질 것”이라며 북미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발전 기대도 드러내고,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 같다”면서도 “오바마가 되겠지”라고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한 선호를 감추지 않았다.

30일 남측 기업인들이 북한 민경련의 방강수 정책실장과 명지, 삼천리, 새별, 광명성총회사 등 대남경협 회사의 책임자들과 분야별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남측과 정보산업 및 첨단산업관련 경협을 하는 삼천리총회사의 김일호 총사장은 “6.15공동선언 후 북남 기술협력 분야가 활성화됐다”며 “북남 경제인이 손을 잡으면 세계적으로 첨단제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측 기업인들이 북측의 기술수준과 투자여건, 운송 및 통신방법 등을 자세히 문의하자 “더 얘기할 것이 있다면 내일이든 모레든 (협의가) 가능하다”, “평양과 남포는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수송문제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남측의 한 기업 대표는 “북한의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제품의 생산이 가능할 것 같다”며 “조만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북측에 제안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북 기업인들은 북측의 적극적인 경협 태도를 반기면서도 당국간 경색이 지속될 경우 대북투자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은 “북한이 민간경협에 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포함한 경협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북측 관계자는 올해 농사에 대해 “태풍도 없었고 날씨가 좋았다. 곡물뿐 아니라 열매도 많이 났다”면서 “이렇게 3년만 계속되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요즘 비가 너무 안 와서 남새(채소) 농사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장거리에 대한 걱정이었다.

예전 비닐로 막기도 했던 평양의 노후 아파트의 창문은 대부분 유리로 교체됐고, 시내 중심가에는 일반 전구보다 전기효율이 높은 콤팩트전구 전문 판매소가 들어섰으나 평양 시가지로 들어가는 터널 내부의 전등과 중심가 일부를 제외한 가로등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전력을 추수하는 데 우선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 시기가 지나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0…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방북단에 “사소한 사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분위기인데 (남쪽에서)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느냐”거나 “(대결 수위가) 99%까지 왔는데 1%가 잘못되면 전면차단이다”, “전면차단엔 개성공단도 포함된다”, “전쟁이 나면 한반도에 남는 것이 있겠나” 등의 위협성 발언을 계속해 북한 군부의 대남 압박에 힘을 실으려 했다.

이들은 특히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쪽 정부가 해결해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게 무슨 정부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요즘 남쪽 정세가 엄혹하지 않나.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북남관계에서는 얻은 10년이 아닌가”,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해 초보적인 입장 표명도 안됐다”는 차라리 하소연조의 반박과 “군부에서 하는 일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 “60년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핵을 만들었는데 지금의 배고픔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결의성 발언도 섞여 나왔다.

함께 방북한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은 북측 관계자에게 “당국간이 아니면 국회간 대화도 방법”이라며 우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 사회는 (정부가) 마음먹은 대로 안되는 체제”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측 수석대표로 자주 방북했던 김 의원은 북측 관계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선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지금까지 방북하면서 이번이 가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방북단가운데 한 경제분야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대남사업 관계자로부터 ‘남측 정부에서 아무리 유화적으로 나와도 앞으로 4년간 대남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최근 내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북한 군부의 두 차례 발표는 남한 정부에 대한 최후통첩이었고, 남한 정부와 사업을 완전히 끝내는 쪽으로 정리했다는 말도 들었다”면서 “북측 관계자는 북한 군부가 거론한 ‘실천행동’에는 개성공단 폐쇄와 서해 쪽에서 군사행동이 포함된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측 관계자가 남측에서 날리는 “삐라가 민간지역에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군사지역에 날아드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