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行 북한군 5일간 행적 ‘의문투성이’

“힘들고 배 고픈데 먹을 것이 없어 텔레비전을 보고 남쪽으로 왔다.”

5일 동안 강원도 철원 전방지역을 돌아다니다 주민 신고로 붙잡힌 리용수(20) 북한군 초급병사(이등병)는 자신의 탈북 동기를 묻는 남한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군정치(先軍政治)를 내세우는 북한에서, 그것도 좋은 대우를 받는 최정예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군인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탈북할 정도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매년 200만t 가량의 식량을 외부 지원에 의존했으나 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사건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남한으로부터 10만t을 지원 받고 지원의 손길이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8월부터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공급이 중단될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던 북한군도 식량난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리씨의 탈북을 둘러싼 군 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 5일 간 남한행적 ’의문투성이’ = 리용수는 13일 오전 남방한계선 철조망을 통과한 뒤 17일 오전 주민들의 신고로 붙잡힐 때까지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일대를 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민군복 차림의 리씨는 주차된 차량과 창고 등을 전전하면서 라면과 초코파이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농번기를 맞아 분주히 움직이는 마을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은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체포 당시 리씨 주변에서는 라면 봉지 13개와 초코파이 부스러기, 현금 1만2천여원(남한지폐)이 확인됐으나 이들 물품 구입 및 현금 소지 경위 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리씨가 발각된 대마리 일대에는 주민 800여 명이 살고 있다.

군 당국 발표대로 ’남한 사회를 동경해 탈북’한 리씨가 3중철조망을 뚫고 남방한계선까지 통과해 놓고 군 초소나 관계당국에 곧바로 자수하지 않고 5일 간 ‘배회’했다는 것은 무엇보다 납득하기 어렵다.

▲오뉴월에 “나무 하러 간다?” = 군 당국은 리씨가 “땔감용 나무를 채취하러 간다”고 상부에 보고한 뒤 강원도 평강군 소재 5군단 소속 방사포대대를 이탈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창 신록이 우거진 6월초에 때 아닌 땔감을 구한다는 명분과 입대 3년차 하급 군인이 혼자서 최전방 부대를 제집 드나들 듯 하면서 남과 북측 양측에서 설치해 놓았다는 고압선까지 통과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남한(NTSC)과는 송출방식이 다른 북한(PAL)에서 군인이 텔레비전을 통해 남한의 발전상을 알게 됐다는 발언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신병처리 어떻게 되나 = 합동참모본부와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중앙합동신문조는 17일부터 3일 동안 리씨에 대한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중앙합신조는 일단 대공 용의점이 없고, ’단순 귀순자’로 판단해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현재 별도의 정보 기관으로 리씨를 이송해 후속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리씨는 또 마지막 순간까지 자수결심을 못한 채 탈북 루트와 대마리를 오고 갔다고 말한 것 것으로 알려졌다.

자수인지 체포인지가 불분명해 리씨의 신병처리와 관련 문제가 될 소지를 남겨 놓고 있다.

북한측에서는 리씨가 부대를 이탈한 지 1주일이 넘도록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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