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합의’ 또 실패…실무회담 장기화 불가피

17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4차회담도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회담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양측이 ‘재발방지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앞선 세 차례 실무 회담이 양측이 입장을 파악하는 ‘탐색전’이었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일정 부분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북 수석대표는 기존 회담에서 주장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쳇바퀴 회담’을 지속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재발방지를 실제적으로 보장할 수 있고 발전적으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합의서에 담겨져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역시 “가동 중단 사태의 본질에 대해 쌍방이 인식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남북 양측은 서로 입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오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5차 후속회담을 열기로 했다.


당초 이번 회담 시작전부터 3차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담은 합의문 초안과 수정안을 교환한 만큼 절충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 측은 합의서의 본질적인 문제가 재발방지 보장 조치로 이와 관련 북측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처럼 양측이 계속된 회담에서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장기화 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 양측이 진위를 파악하고 변화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먼저 재가동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이 정전협정일인 ‘7·27’을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고, 대내외에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는 만큼 ‘7·27’ 이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27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적당한 논리를 내세워 개성공단 실리추구 차원에서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에 “공단 가동 중단 책임이 부담스러워 회담에는 나오는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7·27을 내부적으로 성대하게 준비해온 만큼 이때까지 끌고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북측이) 7·27 행사 이후 핵 문제를 비롯한 6자회담 문제가 풀려야 나머지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긍정적 조치가 나오면 개성공단 실리 추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 물자 반출은 이날도 계속됐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물자 반출에 북측 사람들은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몇 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만큼 (북측에서 인원이) 나와서 도왔다”면서 “물자를 다 빼려면 한 달은 걸려, 중요한 것 일부만 뺀다. 아직 10분의 1도 못 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