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DAY] 전문가 “북미정상회담 조건 충분히 갖춰…북미 간 합의 관건”
11년 만에 손을 마주 잡은 남과 북의 두 정상이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 걸음을 뗐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선언문에 담김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공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넘겨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총 13개항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며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는 앞서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나온 결정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공식화한 바 있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명시적으로 담겼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 남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를 통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만큼, 북미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문서상으로만 본다면 비핵화에 있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며 “경제 발전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에서 절차와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제 이행에 있어서는 그동안 합의를 파기한 과거 행적으로 볼 때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때문에 우리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로써 오는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의 향방은 사실상 북미 정상 간의 비핵화 합의와 북한의 이행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이번 합의문에 담긴 문제들은 결국 비핵화 이행과 연계된 때문에 공은 미북정상회담으로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일단 이번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그만큼 북한도 핵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체제 안전 보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미북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5월 말 또는 6월 초에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되면 판문점 선언에 들어있는 남북 합의 사항들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판문점 선언의 이행도 난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얼마 남지 않은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