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통일 어문규범 ‘첫걸음’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위원회는 26일 개성에서 4차 편찬회의(11.24-26)를 마무리하고 사전편찬을 위한 세부 요강에 합의했다.

세부요강은 단일 어문규범 작성과 올림말 선정, 어휘 조사 작업요강 등으로 구성됐으며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분단 후 처음으로 이뤄낸 언어규범 합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기존 편찬위원 외에 권재일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어문규범 위원 5명이 참가해 북측과 사전편찬을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남북 학자들은 단일 어문규범의 성격으로 현행 규범을 토대로 한 통일 지향적인 규범, 남북이 다 같이 널리 받아들여 쓸 것을 전제, 잠정적인 규범 초안, 현행 규범에 대해 어떤 구속력도 없음 등을 전제했다.

단일규범의 작성원칙으로 남북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큰사전’에 적용된 규범을 원칙으로 하고 우선 공통된 부분은 그대로 반영, 차이 나는 것은 향후 회의를 통해 단일 규범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20세기 초부터 쓰인 민족어 가운데 올림말로 가치가 있는 것을 찾고 각자 문헌 및 방언 조사를 본격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대강의 작업지침이지만 남북이 어문규범 통일방안에 처음으로 의견 일치를 보였다는 데 의의가 크다.

공동편찬위 상임위원장인 고은 시인은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는 겨레말큰사전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실질적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며 “(요강 합의로) 절반의 길을 왔으니 이제 절반의 길이 남았다”고 말했다.

북측 편찬위원장인 사회과학원의 문영호 언어학연구소장은 “4차 회의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면서 “언어규범 단일화 문제에 대해 겨레 앞에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강조했다.

또 권재일 교수는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털어놔 단일 언어규범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고 북측 방린봉 사회과학원 실장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신심을 얻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방 실장은 이어 “겨레말큰사전의 총 어휘를 30만개로 잡고 이 가운데 북남의 사전에 있는 어휘 20만개, 문헌에서 찾은 새 어휘 6만개,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한 어휘 4만개를 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 편찬위원들은 5차 회의에서 자모(字母) 배열 순서, 띄어쓰기, 두음법칙 등 어문규범과 등재 용어 선정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