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초스피드’ 합의…”정상회담 4월 27일 개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오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29일 통일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 3명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3명이 참여한 고위급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3개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양 정상들의 뜻에 따라 ‘2018 남북정상회담’을 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우선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4월 4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남북은 정상 간 핫라인 설치와 관련한 ‘통신 실무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차후에 확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남북은 그 외 기타 제기되는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계속 협의자는 데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53분)를 가진 후 점심식사도 거른 채 오후 2대 2 대표접촉(22분), 수석대표접촉(5분), 종결회의(11분)를 차례로 진행했다. 이로써 남북 대표단은 직접 마주한 91분간의 회의와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일자를 못 박은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날 합의문은 첫 회의를 시작한 지 약 반나절 만에 나왔다. 이미 오전 전체회의에서부터 남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10시를 기해 약 50분간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남북 대표단이 정상회담 일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미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해 김정은과 만나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만큼, 이날 남북은 정상회담 날짜를 특정하는 데 있어 별다른 이견차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스피드’ 합의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에서 통일부 풀취재 기자단과 만나 “크게 의견 차이 없이 날짜가 합의됐다”며 “서로 실효적으로, 실용적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해나간다는 그런 측면에서 오늘 회담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남과 북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갖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며 “양측 대표단은 이런 입장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과 있게 진행하기 위한 제반사항들을 시종일관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동보도문에 담기지 않은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그는 “상호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평화정착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계속해서 양측 간에 실무적으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정상 간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러한 방향으로 준비해나간다는 데 공감하면서 필요하다면 4월 중에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의제 문제들을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이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귀환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연합

한편, 조 장관은 오후 2시 2분부터 13분까지 약 10여분간 진행된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시작이 반이다고 말씀을 몇 차례 드렸는데, 지난 1월 회담을 재개한 지 4개월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게돼 정말 시작과 동시에 절반 이상을 이룬 듯 하다”며 “4월 27일 진행될 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위대한 여정의 또 다른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북남 수뇌상봉 일정을 내외에 공식 발표함으로써 북남관계의 활력있는 진전과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온 겨레에 크나큰 기대와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게 됐다”면서 “북과 남은 고위급회담에서 확인한 공통된 의지와 원칙, 신의를 갖고 적극 협력함으로써 역사적 수뇌상봉을 최상의 수준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선권은 이어 “우리 쌍방이 이번 수뇌상봉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깊이 자각하고, 진지하고 협조적인 자세에서 적극 노력한다면 모든 문제를 신속하면서도 원만하게 협의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민족의 중대사를 준비하는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깊이 새기고 서로 마음을 합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그는 오후 2시 38분 우리 측 대표단을 배웅하고 난 뒤 우리 측 기자들과 만나 “오늘 민족이 바라는대로 지향과 열망을 담아서 단 시간 내에 회담을 잘 했다”며 “의제 문제라는 것은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 모두 다 하는 것이며, 민심이 바라는 게 우리의 의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측 대표단은 환송을 위해 통일각 출입구까지 배웅나온 북측 대표단과 차례로 악수한 뒤 오후 2시 42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남측으로 귀환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남북회담본부에서 비핵화 관련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비핵화와 관련해서 의제 부분에서 정상 간 논의해나가자는 이야기는 있었다”며 “(비핵화 문제는) 1월 9일부터 계속해서 줄곧 논의되는 중점 의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