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적십자회담서 억류자·여종업원 문제 합의할까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남북이 22일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인도적 문제들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인 입장표명이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억류자 석방 문제와 함께 북한이 지속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집단탈북 여종업원 문제도 논의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의제는 올해 광복절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 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는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돼 있다.

실제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북 모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관련해서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다면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에 개최되는 셈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북 간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우선 합의가 가능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의 합의, 예컨대 남북한 상호방문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전면적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고향 방문 등 여러 방안들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통일부는 이와 관련한 남북 간 합의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남북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 방문 및 영상편지 제작’ 참여 의사를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한편, 이번 회담에서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민의 석방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고위급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관련 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억류자 문제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인 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북측이 억류자 문제에 연계해 지난 2016년 중국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12명의 송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그간 집단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납치’로 규정하면서 송환을 요구해온데다 최근 국내에서 ‘기획 탈북’ 의혹까지 제기돼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종업원 문제가 회담 테이블 위에 올라올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북한은 남북관계를 계속 끌고가겠다는, 파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제기는 하되, 전체적인 인도적 사안과 연계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물론 북한이 파격적으로 억류자 문제에 대해 선(先)행동을 취하고 ‘남측도 조치를 취하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그러나 북측도 지금 이(여종업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남측도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남북관계 모멘텀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남광규 소장 역시 “당분간 남북이 마찰을 빚는 부분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도 당분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고, 한국 정부도 그(여종업원 문제) 부분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 선에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남 소장은 북한이 평화 공세를 지속하고, 김정은의 위신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억류자를 조건 없이 풀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억류자 문제를 무엇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평화 이미지를 부각하고,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현재 일각에서는 남북 당국이 억류자 석방과 집단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맞바꾸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사안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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