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후속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지난 6일에 이어 ‘재발 방지·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합의문 없이 회담은 오후 5시 44분경 종료됐다. 남북은 ‘재발방지’에 대한 추가 논의를 오는 15일 개성공단에서 갖기로 했다.
이날 열린 후속회담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회의 3회 등 총 96분 동안 이뤄졌다. 우리 측은 ‘선(先) 재발방지’를 북측은 ‘선 재가동’을 놓고 입장 조율에 나섰지만, 6일 실무회담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후속회담 시작 전부터 지난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보인 만큼 이번 회담도 합의를 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남북 어느 한 쪽도 ‘재발방지’에 대해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회담에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구상과 국제적 수준의 공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방적 조치로 문을 닫는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공단 재가동 관련해 서 단장은 “일방적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재발방지에 대한 분명한 약속과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개성공단에 대해 갖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측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개성공업 정상화에 대한 입장으로 6·15 공동선언, 우리민족끼리 등을 언급하며 “설비점검 및 정비를 조속히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 측이 제시한 ‘국제공단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남북은 ‘최고존엄 모독’에 대해선 미묘한 신경전도 펼쳤다. 박 부총국장이 “개성공단 정상 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로 내세운 ‘최고존엄 모독’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 단장은 “최고존엄 모독과 관련해 귀측에 최고존엄이 있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최고존엄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재발방지’와 함께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외국 기업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 공단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서 단장은 전했다.
또한 북측이 얘기한 6·15공동선언에 따른 발전적 방향에 대해 서 단장은 “북측의 일방적 조치에 의해 중단됐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강조했다”면서 “개성공단이 현 상태로 재가동이 된다 할지라도 여러 가지 개성공업지구가 더 발전해나가야겠다, 남북과 국제적인 것을 포함해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지난 6일 실무회담에 이어 이번 후속회담도 ‘재발방지’를 놓고 갈등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측면”이라며 “앞으로 있을 회담도 남북 중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당국 간 후속회담과 관계 없이 기업인과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과 시설 정비 점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