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운명 가른 근본문제는 ‘포용’과 ‘착취’

한반도는 분단이 고착화 되기 전까지 언어, 인종, 문화적으로 오랜 공동체적 역사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 만에 남한은 서구문명을 흡수해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북한은 경제적 재앙에 허덕이며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3%에 불과하다. 평균수명은 10년이나 짧다. 남북의 성패를 가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출간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A, 로빈슨 共著)는 남북을 비롯해 로마제국과 마야 도시국가, 남미,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저자들의 15년간의 연구에서 나온 각종 통계와 근거자료가 제시돼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저자들은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조건의 차이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벽히 뒤집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제도’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는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지만, 지배계층만을 위한 ‘착취적인 정치·경제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제도”라며 정치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특히 저자들은 남한과 북한의 사례에 주목한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은 38선으로 갈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격차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후 남북한 정부가 판이한 제도를 채택하면서 그 운명이 달라졌다.

남한에서는 사회계층 전반에 재산권과 경제적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유인을 제공했다. 북한은 세계 여타 빈곤국들과 마찬가지로 소수 엘리트층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다른 계층의 부를 착취하고, 능력을 발휘하려는 유인을 말살했다.

결국 남한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선택해 성공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착취적 경제제도’를 고집해 국가적 실패를 맞게 됐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이들은 국가의 성패 여부를 두고 지도자가 경제발전 방법을 모르는 탓으로 돌리는 건 오해라고 강조한다. 소수 엘리트가 착취적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경제 발전으로 가는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포용적 제도로 인해 권력이 분산되고 혜택이 감소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늘날 국가의 정치․경제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여러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오늘날의 번영과 빈곤, 세계 불평등의 기원에 대해서까지 조목조목 자세히 짚어준다. 세계의 부가 왜 기울어져 있는지, 왜 어떤 나라는 떵떵거리며 잘 사는 반면 또 다른 나라는 가난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