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불교계 잇달아 접촉…”北 통일전선 차원”

남북 불교계가 최근 잇달아 접촉해 눈길을 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반(反)정부·반(反)새누리당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북한 당국이 조선불교도연맹(조불연)을 앞세워 남한 불교계와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23일 불교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불연 측은 지난 16~19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남한 불교단체들과 잇달아 접촉, 교류협력 사업 등을 논의했다. 남측 불교단체 관계자들은 사전에 통일부에 접촉승인을 받았다.


일단 조불연 측은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지난 16, 17일 양일간 실무회담을 갖고 중장기 남북 불교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양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적절한 시기에 평양 지역의 불교 유적을 발굴·복원하고 인근에 평양불교회관(가칭)을 건립하기로 했다. 강원도 내금강 불교유적 공동조사를 시작으로 북한의 불교문화재를 함께 전수 조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번 회담에는 남측에서는 민추본 본부장 지홍스님과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스님 등이, 북측에서는 조불련 중앙위원회 리규룡 서기장과 차금철 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조불연은 이 기간 대한불교 천태종 관계자들과도 만나 개성 영통사 복원 7주년을 맞아 합동법회를 개최하는데 합의하고, 11월 18일 구체적인 추진절차를 밟기로 했다. 영통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이 함께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05년 10월 31일에 복원을 완성했다.


원불교 측과도 접촉했다. 금강산을 성지로 규정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금강산 순례, 합동법회 개최 등을 11월 중에 재차 협의하기로 했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대북 유연화 조치 차원에서 비정치적 교류인 불교계의 제3국 북한 접촉을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조불연이 북한 내 불교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도구이며, 노동당 ‘통일전선전술’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남측 불교계 교류협력 움직임을 보여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남한 불교단체들이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계종 민추본과 조불연은 지난 4일 10·4공동선언 발표 5주년 ‘남북불교도공동선언’을 통해 “오늘의 현실은 6·15 시대의 모든 성과들이 사라지고 남북관계가 6·15 이전의 대결 시대로 돌아갔으며, 남북 불교도들의 연대협력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땅에는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면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조불연의 움직임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통일전선 차원에서 종교계와 잇달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도 “조불연은 노동당의 지도를 받는 통일전선 조직이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분명한 목표(남남갈등)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불연 중앙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진은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겸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대표적인 통일전선 조직인 범민련 중앙위원을 역임했고, 2005년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대축전 북측대표단 성원으로 참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불연이 교류협력을 통해 외화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남기구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조선불교도연맹은 껍데기만 있을 뿐이다. 남측 불교계와 협력 사업을 추진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