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대등한 지위로 평화통일하기 어렵다”

최근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난, 김정일 와병으로 인한 급변사태에 따른 통일대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준형 서울대 교수는 24일 법제처 주최로 열린 ‘남북 법제 특별세미나’에서 “최근 북핵문제와 북한의 경제난, 김정일 와병설 등 북한정세가 급변하면서 ‘서든 데스’(sudden death)의 가설이 고려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홍 교수는 ‘통일한국과 공법적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 상황에서 남북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서든 데스 가설은 폐기할 게 아니라 수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통일 과정을 ▲통일 이전 단계 ▲통일 이행기 ▲통일 이후 단계로 구분한 뒤 “통일 이행기에 있어 공법적 실천과제는 남북의 법질서에 법치국가적 공통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 차원에서는 “통일 이후 북한에 입법기관으로는 인민대표기구, 사법제도로는 부동산등기제, 행정제도로는 민주경찰조직이 도입돼야 한다”면서 특히, “통일한국의 국회구성에서는 남한과 대등한 수준으로 선거구제도 및 대표자수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영화 서경대 교수는 “법통합의 대원칙은 상호주의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주민의 대표성을 전제하는 것이 통합비용을 절감하고 유연한 통합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영호 고려대 교수는 사법적 과제에 대해 “월남인들의 재산권을 규정하는 재산법과 이산가족 재결합을 다루는 가족법 등 2가지 법률이 가장 시급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형식적으로는 북한법 관할 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남북한법이 공존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실험이 통일 후의 사법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으로 본다”면서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면 ‘우리식 사회주의’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상용 연세대 교수는 “재산법 분야에서는 무상으로 몰수한 북한의 토지개혁으로 인한 결과의 정리, 가족법 분야에서는 분단으로 발생한 중혼(重婚) 문제와 그에 따른 상속 등의 문제에 대한 법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법적 과제에 대해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통일한국의 국제법적 과제는 단계별 통일단계(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와 통일방식(흡수식, 편입식, 합의방식, 장기평화공존)에 따라 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화해·협력’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법적 과제로 “남북기본합의서의 국회비준동의를 통한 법규성 제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잠정적 특수관계의 국제정 인정, 남북기본합의서 상의 ‘협의·이행기구’의 가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 1991년 남북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이 교수는 “형식과 내용, 대표자격 등 모든 면에서 격식을 갖춰 국제법적 자격을 갖췄다”면서도 “국제법적 효과를 얻으려면 합의서가 밝힌 잠정적 특수관계의 제도화, 화해협력과 군사적 신뢰 구축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와 국회비준 동의와 유엔 등록 등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화해·협력단계의 국제법적 과제로 “무엇보다 6자회담 지속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가속화가 절대적으로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제기구의 남북교역 민족내부 교류성 인정’ 문제, ‘남북 왕래자 신변안전 보장’ 문제 등을 제시했다.

제 교수는 특히 “북한의 체제붕괴-국가붕괴가 동시에 전개될 경우 갑작스러운 통일을 맞이할 수도 있다”면서 “이에 따른 한미연합군의 북한 진입 여부와 미·중의 국제관리 등에 대한 국제법적 가능성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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