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관련 2차 남북접촉의 시기·의제 등을 조율하고 있지만 남북간 관심사의 차이로 인해 어두운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은 일단 이르면 금주 중 접촉을 갖겠지만 그 ‘목표’가 상이하다. 북측은 개성공단에서 파생하는 경제적 이익 확대를 노리는 반면, 우리는 북측에 억류된 유씨 문제 해결과 그에 따른 공단 체류자의 신변안전 보장 방안과 공단 운영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북측은 유씨 문제 협의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8일 외무성의 ‘미·북 대화 무용론’에 이어 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대화 무용론’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북한이 2차 남북접촉에 응할지, 또 응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의지대로 유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조평통은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제성호 인권특사의 ‘탈북자’문제 제기와 외교부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해 현대아산 직원 억류문제를 협의한 것 등을 들며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조건에서 북·남(남북)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경우에 따라선 ‘남북접촉 거부’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이 ‘남북접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차 남북접촉을 북측이 먼저 제의했다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이다.
북측은 지난달 21일 개성접촉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인상, 토지사용료 지불유예기간 4년 단축 등을 요구하면서 2차 접촉 날짜는 남한이 가급적 빨리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4일 2차 남북접촉을 재촉하는 통지문을 보낸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조평통의 성명은) 개성접촉과 관련한 북측의 직접적 반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인권문제 제기에만 국한한 반응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르면 이번 주 개성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북측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평통이 담화에서 억류 중인 현대아산 유씨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 문제가 개성접촉에서 의제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조평통 성명은) 우리 정부가 유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정부가 남북 개성접촉에서 유씨 문제를 거론해 접촉이 파행으로 치달으면 ‘남측 책임론’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유씨 문제를 반드시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유씨 억류 문제는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모든 기업과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개성공단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양측이 유씨 문제등 남북 개성접촉을 앞두고 시각차가 심각해 2차 남북접촉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1차 접촉 때처럼 양측이 각각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불투명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차 남북접촉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모처럼 계기가 마련된 남북대화의 모멘텀도 이어가면서, 북한의 대남 정책기조를 파악하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2차 남북접촉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1일 “현재 개성접촉과 관련해서는 남북간 협의가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