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군사실무회담 ‘비방유인물’의제가 전부였을까?

▲ 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

북한은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에서 남측이 북측체제를 비방하는 선전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측 박기용 단장 대리(상좌:중령과 대령 사이)는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접촉에서 남측이 북측을 향해 불온선전활동을 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객 가운데 일부도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북측의 이 같은 주장은 2004년 6월4일 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선전활동을 중단키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측 민간단체가 올들어 대북비방 전단을 뿌린 점 등을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날 회담에서 나온 북측의 주장이 정부 관계자가 밝힌 남측의‘불온선전활동’ 문제가 전부였다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남북회담은 지난 5월 16∼18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4차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5개월 만에 처음 열린 것이다. 때문에 남측 민간단체의 이른바 ‘불온선전활동’이나, 야당 의원이 금강산 관광을 하면서 북측 초병에게 아이스크림을 준 행위에 항의하기 위해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열자고 먼저 통보해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남북회담의 ‘통례’에 비춰볼 때 너무 ‘한가한’ 사안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고 있고 이 때문에 6자회담에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남북간 군사실무회담이라면 북한당국이 늘 주장해온 약방의 감초 같은 NLL 문제를 비롯해서 도로연결 등 논의할 일이 쌓여 있다.

또 남측의 ‘불온선전활동’이나 야당 의원의 금강산 관광이 문제였다면 남북 당국사이의 전화통지문이나 각종 대남채널을 통해 충분히 항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민간단체의 ‘대북비방전단’은 북측이 항의해왔을 때 통일부가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민간단체에 ‘주의’까지 준 사안이다. 이 문제로 북측이 새삼스럽게 실무회담까지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먼저 실무회담을 요청해온 배경과 2일 회담 석상에서 이들이 내비친 진짜 속내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자가 밝힌 대북유인물이나 금강산관광 외에 북측의 다른 ‘발언’들이 밝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측이 밝힌대로 대북비방유인물이 실무회담 정식 의제로 나올 만큼 시급한 사안이라면 지금 북한은 대북비방유인물로 인해 일정 수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몇 개 되지도 않는 민간단체가 이따금, 그것도 비조직적으로 진행하는 대북비방유인물이 과연 심각할 정도로 북한체제에 위협적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김정일 정권이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금융제재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가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 관련 논란이 북한의 최고 관심거리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남한이 발표한 신형 미사일 ‘천룡’ 등을 비롯한 신무기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의 ABC는 한미동맹 파괴다. 이른바 ‘자주’를 내세운 한미동맹 이간질은 지난 50여년 동안 변함이 없는 것이다. 가까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제1항이 ‘자주’ 즉 ‘우리끼리’였고, ‘자주’는 그 어떤 종류의 남북대화에도 관통하고 있는 북측의 대남대화의 ‘DNA’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진짜 알고 싶었던 것은 ►한미간 전작권 환수문제와 관련한 한국 및 미국의 의도 ►미국의 2009년 전작권 조기환수 의도에 대한 의구심 ►전작권 환수에 대비한 한국 국방력 증강에 대한 항의 등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즉 북측의 ‘탐색’을 위한 회담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2일 북측의 실무대표가 대북비방유인물에 대한 항의 외에 대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갔는지를 정부는 속시원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의 정세는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들어서 있다. 우리의 운명에 관한 사안은 그냥 덮어두고 쉬쉬할 일이 아니다.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국민의 지혜를 물어보아야 한다. 더욱이 외교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무지와 아마추어적 접근으로 일관해온 현 정부이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고 끙끙 댈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하지 말고 국민의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데일리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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