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국제공조’↔‘민족공조’ 간 대척점 형성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북한이 3.1절 사설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일 ‘반외세 자주의 기치높이 조국통일 위업을 힘차게 다그치자’라는 제목의 기념 사설을 통해, ‘반외세 자주’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3.1절 사설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 크게 강조된 것으로, 북한이 이 부분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올해 사설은 또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선언이 밝혀주는 자주통일의 길을 따라 전진하는 우리 겨레의 힘찬 진군을 가로 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주장하는 등 ‘자주통일’과 ‘민족번영’을 강조하는 데 지난해보다 2배가량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작년 사설에선 ‘6.15통일시대’, ‘우리 민족끼리’ 등 남북관계를 강조한 문장이 5∼6개에 그쳤으나, 올해 사설에선 10여개의 문장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남북문제는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계 속에서 한민족의 좌표를 설정하고 더 넓은 시각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진정 3.1정신인 민족자주와 민족자존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해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남한과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북한 사이에 묘한 대척점(對蹠點)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올 해 사설에 대해 “노동신문 사설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강조한 대목을 첫 자리에 놓은 것은 역으로 볼 때 두 합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의 반영일 수 있다”며, “한.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외세공조보다는 6.15정신을 중심으로 한 민족자주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새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3.1절 사설 ‘거족적인 반외세 투쟁으로 자주통일 위업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을 통해 일본의 역사왜곡 비난, 주한미군 철수투쟁 확대 촉구, 한나라당 비난, 6.15합의 이행 등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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