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12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설명·경청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남북 간 관심 의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고위급 접촉 상황과 관련, “특별한 쟁점이 있어 타결을 보는 것이 아니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분위기”라면서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지만 진지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안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나 ‘고위급 대화’가 아닌 ‘고위급 접촉’인 만큼 양측의 상호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정도의 자리라는 것이다.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 외 새로운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지 ▲상호 군사적 적대 행위 전면 중지 ▲핵 재난 막기 위한 상호 조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5·24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지원 재개 등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날 접촉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설명한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 측은 8일 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주력하면서 상봉 정례화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진행되는 ‘고위급 접촉’인 만큼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북측은 지난 8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고위급 접촉을 전격적으로 제안하면서 우리 측에 접촉 사실을 비공개로 갖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측은 북한의 요구를 거절, 11일 오후 이번 접촉에 관한 합의를 마친 후 고위급 접촉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북측은 이날 고위급 접촉에서 또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양측은 쌍방의 관심사에 대해 확인한 후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오늘 접촉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정을 오늘 잡을 수도, 나중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할 수도 있다”면서 “(추후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현안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측 입장은) 상봉행사에 초점을 맞춰 말한 것이지만, 어떤 것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서는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이날 오전 10시 5분∼11시 23분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고, 오후 2시 5분부터 1시간 30분 가량 두 번째 전체회의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