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겨레말큰사전 성과와 과제

“시간이 빠듯하지만 겨레어 집대성을 위한 약속은 꼭 지킵시다.”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2012년으로 예정된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 잰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공동편찬위원회는 29일 중국 베이징 시위엔(西苑)호텔에서 8차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내년부터 진행될 올림말 뜻풀이 집필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또 지금처럼 남북의 편찬위원들이 분기별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편찬 실무진이 수시로 만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남북 간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 개성에 공동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60년 간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 언어를 통합하는 일에는 끊임없는 논의와 조율이라는 ’진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북 양측은 지금까지 사전에 실리지 않았던 새말 3천 개를 찾아내 교환했으며 ’ㄱ~ㅁ’ 부분 올림말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단일 어문규범 마련을 위해 자모 배열 순서, 띄어쓰기, 사이시옷 등에서 대강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2005년 2월 결성식 이후 부침을 거듭했던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꾸준히 공동작업을 계속해왔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을 대목이다.

그만큼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상호신뢰가 형성됐다는 것이 남북 편찬위원들의 자평이다.

하지만 편찬합의서에서 명시한 것처럼 ’민족어 유산을 총집대성한 겨레말 총서’를 펴내는 일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남북한, 해외의 겨레어를 집대성하는 일은 30만 개 이상의 어휘를 물리적으로 모으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언어 통합이라는 ’화학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과정에서 성과와 과제를 정리했다.

◆“상호이해와 신뢰 높아지고 있어” = 남북의 편찬위원들은 8차례의 공동회의를 거듭하면서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자연스러운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다.

편찬위원회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잘 될까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렇게 진척되고 보니 놀랍다”며 사전 편찬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남북 편찬위원들이 공동 편찬요강 합의(2005.7)→어문규범을 포함한 세부 작업요강 합의(2005.11)→새말 선정방법 논의(2006.3)→’ㄱ’ 부분 올림말 선정(2006.5) 등의 진전을 이뤘던 것도 그런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측 편찬위원장인 홍윤표 연세대 교수는 “처음에는 이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서로 이해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측의 의견 조율이 쉬워졌고 편찬의 계속성이 보장됐다는 주장이다.

편찬위원회는 내년까지 뜻풀이 세부 지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실무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통일사전-공동사전 정체성 논란 = 겨레말큰사전 편찬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사전이 ’통일사전’인지, ’공동사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 있다.

통일사전이 되려면 단일 어문규범과 일관된 원칙을 따라 편찬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만을 위한 어문규범을 마련하는 작업이지만 두음법칙 적용 여부 등 남북한 언어정책을 반영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통일사전에 앞선 공동사전이라면 ’주고 받기식’ 타협·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편찬위원들은 일단 “절충안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다.

북측의 문영호 편찬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단일규범이 있어야 하는데 얼버무려 내놓아서는 안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편찬위원회는 남북 대결상황에서 정치·역사적으로 민감한 어휘는 사전에 싣지 않기로 합의했다.

◆실무회의 강화 필요 = 남측 위원회는 실무 편찬요원과 현지어 조사원을 합해 40여 명의 전문가를 운용하고 있으며 북측은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50여 명의 연구원이 사전편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편찬회의는 편찬위원이 모여 사전편찬을 위한 대강의 틀을 짜는 수준이었다.

올림말 선정과 뜻풀이를 위해 실무진이 직접 만날 기회는 그만큼 적었다.

한 편찬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분기별로 CD 자료를 교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무회의를 강화해 실제 편찬작업에서 진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제기된 것이 개성에 공동사무소를 두고 실무작업을 같이 하자는 의견이다.

남북 편찬위원들은 일단 공동사무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부담과 당국 간 합의 등 어려움이 남아 있다.

개성에 ’공동 겨레말 편찬마당’이 마련될지는 분명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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