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개성공단 정상화 ‘구두-서면’ 합의 줄다리기?

남북이 7일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지만 완전 정상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일단 10일 열리는 후속회담의 관건은 신변안전 및 공단 중단 재발방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북측이 수용하느냐 여부이다. 


만약 우리 측이 요구하는 두 가지 사항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앞으로의 개성공단은 상식과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개성공단이 되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정상화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역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통행·통신 차단과 근로자 철수 등 일방적인 공단폐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측은 ‘선(先) 개성공단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0일 진행될 후속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


북측은 지금까지 ‘최고존엄 모독’이라는 개성공단 중단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북측의 ‘최고존엄 모독’ 주장은 중단 명분이기 때문에 남북이 재발방지를 위한 교집합을 찾기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모델로 ‘공단 국제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말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외국기업이 유치될 때, 그래서 개성공단이 국제화될 때 함부로 어느 날 출입이 금지된다거나 세금을 갑자기 올린다거나 하는 국제기준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올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국제화’에 대해 북측은 “외세를 끌어들여 개혁, 개방에 의한 ‘제도 통일’ 준비를 다그쳐보려는 범죄적 기도의 산물”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기업이 들어오면 북측의 정치, 군사적 활용 의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팽팽한 대립의 출구가 마련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기업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공단 재가동이라는 원칙적 합의는 했지만, 발전적 정상화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이어 “그동안 북측이 재발방지나 신변안전과 같은 것을 문서로 한 전례가 없다”면서 “문서로 합의하는 것은 자신들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문제처럼 구두 형태의 재발방지와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9년 8월 김정일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금강산관광 개재를 위한 신변안전과 재발방지 보장을 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책임 있는 합의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구두 약속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재발방지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의미를 담는 내용에 합의를 이뤄내면 진전된 남북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특히 일방적으로 통신 및 통행이 차단되는 것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남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