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적십자 금강산서 무엇 논의하나

남북이 19일 금강산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대북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논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측은 우선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수해 상황과 규모, 필요 물자를 파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단순한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협의를 넘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후 남북 경색국면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관계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남측의 대북 지원의사를 공식 수용한 터라 이번 만남에서는 지원 품목과 규모, 시기, 절차 등 세부사항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지원품목 가운데 가장 민감한 대목은 지난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비료와 함께 대북 차관을 거부했던 쌀을 어느 정도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에서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만t의 쌀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요구한 50만t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수해 구호라는 인도주의 명목과 미사일 발사 후폭풍, 국내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정부에서 쌀 지원 규모를 10만t 안팎으로 정했다면 이와 관련해 북측과 논의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남북 모두 이번 금강산 실무접촉이 각자 정치적 입장을 내놓는 장관급회담의 연장선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10만t의 국산 쌀을 구입할 경우 약 1천870억원(1t 당 시세 180만원, 수송비 7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예전 차관 제공처럼 국제시세에 밑도는 가격으로 쌀을 구입하고 부족액은 양곡관리특별회계로 채워넣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차관 제공식’ 지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인도적 지원인 만큼 시세로 구입해 쌀 구입액을 투명하게 밝히고 양특회계로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번 금강산 실무접촉에서는 북측이 쌀 못지 않게 복구 자재 및 장비 지원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지난 9일 복구사업에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멘트, 강재 등 건설자재와 화물자동차를 포함한 건설장비가 긴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수해로 주택과 농경지는 물론 관공서, 도로, 철도,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에 큰 피해를 입은 북한으로서는 하루 빨리 이를 복구해야 하지만 장비나 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 농업과학원 출신으로 2000년 탈북한 이민복씨는 “북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주로 군중동원으로 복구하는데 트랙터나 자동차 등 장비는 찾아보기 힘들고 삽이나 밧줄, 가마니 등을 이용한 수작업이 대부분”이라며 “수해 복구를 위해서는 어떤 자재나 장비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복구용 자재 및 장비의 품목과 규모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밖에 수해 복구물자의 지원시기와 방법도 협의해야 할 부분이다.

지원 시점에 대해서는 한완상 한적 총리가 “인도주의 지원인 만큼 (품목과 규모에 대한) 윤곽이 잡히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물자 수송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르면 이달 중에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쌀 지원의 경우 구호.복구 물자가 먼저 들어간 뒤 내달 중 북송될 가능성도 크다. 2004년 룡천역 폭발사고(4.22) 당시에는 4월27일 정부의 양곡 지원이 결정되고 5월18일 쌀을 실은 선박이 남포항에 도착했다.

문제는 육로.해로 중 어떤 길을 이용할지다.

현재로서는 관광 사업자 선정 문제로 개성 길이 막혀 있고, 금강산 길도 멀리 돌아가는 셈이어서 육로보다는 인천-남포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로의 경우 민간물자가 꾸준히 들어가고 있고 한꺼번에 5천t에서 1만t까지 대량으로 실어나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운송 시간이 20시간 넘게 걸린다는 단점도 있지만 육로에 비해 북측의 정치적 부담도 적다.

정부는 금강산 실무접촉 하루 전인 18일 현재까지 지원 품목, 규모, 시기, 절차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 북측에 어떤 ’지원 보따리’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지원과 관련된 논의는 일단 (북측과)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 한다”며 “이번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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