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연락사무소’ 제안…‘남북관계’ 주도 의지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서울과 평양에 상설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한 것은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현안에서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날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을 포함, 남북한 간에 고위급 외교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락사무소는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국가 간에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전 단계에 상호간에 설치하는 사무소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 대통령이 상설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 밤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제안을 설명하고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 美·北 양측에 메시지 보낸 것=‘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북핵 문제 해결과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북 간에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슴을 열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과거 정부와는 분명한 차별화를 두더라도 새 시대에 맞는 남북대화를 구축하기 위해 유연함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이후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구사하려고 함에 따라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적극적인 지지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 배경에 대해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8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핵 신고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북한이 ‘통미봉남’ 전술을 노골화 할 수 있다는 상황적 인식아래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 현안에서 한국이 소외 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던질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제안을 통해 “북핵문제의 가시적 진전에 따라 유연함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복잡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미국 측에도 진정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면 한국이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이 대통령은 미국 순방에 맞춰 북한에 대해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상호주의를 내세웠지만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것은 비핵화나 개방, 인권과 같은 원칙적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며 유연성을 발휘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북한을 압박하거나 혹은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주변국들의 지지와 협력 없이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이란 계기를 통해 우리의 적극적인 주장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北 긍정답신 불투명…현 시점 비현실적=그러나 연락사무소 설치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잇단 대남 강경 공세를 펼치고 있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당장은 긍정적 답신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 측의 그동안의 입장으로 봐서는 당연히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북한에 끌려온 것이 사실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의 협력을 균형 있게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반발하겠지만 대북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남북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핵문제 등으로 불리해진 국제적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전략적으로 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윤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모험적 행동으로 남한 정부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지만 상황이 (북한에) 좋은 것은 아니다”며 “대북지원 면에서도 한국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돌아앉아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존의 남북대화 채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한 간에 고위급 외교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남북한 간에 상설 협력사무소가 개설되면 당국 간 의사소통에 부분적으로 기여하기는 하겠지만, 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상간 협의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가까운 미래에 평양과 서울에 고위급 관리를 대표로 하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의사소통 문제가 약간은 개선될 수 있겠지만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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