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AEA 활동범위·권한 시각차 클 듯

북한은 16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했다. 이에 따라 넉 달 넘게 장롱 속에 처박혀 있던 2.13 합의가 다시 빛을 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리제선 원자력총국 총국장은 이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안을 통해 “BDA에 동결된 우리 자금 해제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므로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을 초청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리 총국장은 “2·13 합의에 따르는 영변 핵시설 가동중지에 대한 IAEA의 검증감시 절차문제 토의와 관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IAEA 실무대표단에 대한 초청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IAEA 초청이 갖는 의미=표면적으로는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네 달 동안이나 가로막았던 BDA 문제가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플레이로 최종 해결국면에 진입해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 보장을 요구하며 미국 내 은행을 통한 제3국으로의 계좌이체를 요구했다. 미국은 자국내 자산규모 4위인 와코비아 은행을 통한 북한 자금 중개를 시도했으나 실정법 위반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포기하고, 뉴욕연방준비은행(FRB)이 나서 자금을 중개했다.

마카오에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으로 이체된 북한 자금은 곧바로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중개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북한계좌가 개설돼 있는 러시아 극동 상업은행으로 송금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DA 문제는 북한계좌에 자금이 들어 온 것을 북측 관계자가 최종 확인했을 때 종결된다. 그러나 북측은 2.13 합의 이행 지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의식해 BDA 문제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했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은 BDA 북한자금이 계좌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먼저 행동에 옮김으로써 2.13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이행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즉, 장기간 초기조치 이행을 미룸으로써 야기된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초청한 것은 IAEA 감시단이 아닌 실무대표단이다. 이는 향후 IAEA 감시단 활동에 대한 절차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실무진을 초청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아직 본격적인 2.13 합의 이행에 나선 것은 아니다.

BDA 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다음주 정도에 IAEA 실무단도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단이 방북해 IAEA 감시단의 활동 범위와 권한 등을 합의하면 IAEA는 특별 이사회를 소집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추인한 뒤 감시단을 파견한다.

◆BDA는 가장 쉬운 장애물, 본 게임은 지금부터=BDA에 발목이 잡혀 네 달 동안이나 2.13 합의가 이행되지 못했지만 북핵 폐기를 달성하기 위해선 더 어려운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15일 “BDA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2.13 합의가 저절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말 힘든 과정은 BDA 해결 이후 단계에 있다”고 지적해 본격적인 2.13 합의 이행 단계에서 북한과 6자회담 관련국들 간의 밀고 당기는 싸움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가장 먼저 2.13 합의문에 모호하게 명기된 IAEA 감시단의 활동 범위와 권한에 대해 어떻게 합의될지가 첫 관문이다. 우선은 IAEA 활동 범위가 단순히 영변 핵시설에 한정되는 것인지, 합의문에 명기된 ‘감시’와 ‘검증’이란 표현이 ‘IAEA 안전조치’가 요구하는 ‘사찰’(inspection)의 권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IAEA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IAEA 안전조치’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AEA는 영변 핵시설을 비롯한 핵프로그램 관련 시설로 의문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권한도 요구할 것 예상돼 합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IAEA 요원들의 활동 범위와 권한을 크게 제약할 경우 2.13 합의는 빛을 보지 못하고 모멘텀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13 합의는 북측이 이행해야 할 초기조치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및 IAEA 요원 초청 ▲사용 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을 명기하고 있다.

한편,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6일 “다음번 6자회담 일정은 의장국인 중국에 달려 있지만, 다음달 초에는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북측이 초기조치를 이행할 경우 6자회담은 7월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18일 방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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