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2년까지 평양에 10만 채 살림집을 건설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한 가운데 이주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부터 이뤄져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소식지 30일 ‘NK in&out’ 21호에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형제산 구역 고산마을 주민들이 8월 10일 경부터 집밖으로 쫓겨나 흙길에 천막을 치는 등 임시 거처를 마련해두고 생활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소식통은 “8월 중순 경부터 형제산구역의 각 리,동마다 건설총국의 군대(7총국, 8총국)들이 동원되어 일부 반발하는 주민들을 강제로 집밖으로 내몰았다”면서 “군인들과 주민들 사이에 격렬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8총국 군대들은 소대별로 동원돼 퇴거를 거부하는 집에 들어가 장롱과 텔레비전 같은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밖으로 던지기도 하고, 집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강제로 잡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특히 “군대가 주민들에게 ‘장군님 방침이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반동이다’라며 협박하고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삽자루에 맞아 머리가 터지거나 일부 군대들이 한꺼번에 발길질을 해서 머리가 깨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잃은 고산마을 주민들은 밑으로 내려와 중당과 상당, 하당 쪽으로 이동하여 창고나 돼지우리, 혹은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단칸방에 얹혀산다”며 “이 같은 현상 때문에 형제산구역 상인들이 군인들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형제산구역에는 군부대가 위치한 산을 끼고 1호도로인 ‘서포 고속도로’가 있고 도로 옆 철길 밖으로 주민세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최근 들어선 2천 세대 층집을 제외하고는 1호도로 주변의 모든 낡은 층집과 단층집은 철거되었다”면서 “이웃과 주변사람들은 서포도로에서 학산리까지 직선으로 ‘1호도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8월 중순에 인민반을 통해 형제산구역을 ‘예술인의 거리’로 만들 계획이며, 강성대국이 완성되는 2012년까지 10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며 “낡은 층집과 단층집을 허물기 위해 9월 7일까지 이사를 가라는 포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소식지는 북한이 이같이 모험을 감행하는 이유에 대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소식지는 “이미 공표한 바 있고 인민들에게 한 약속이니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으로서는 3년 내에 이 사업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에 조급함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의 신임을 얻고자하는 책임자들이 성과주의에 빠져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이나 생존에 관한 배려는 설 자리가 없고 오직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 됐다”면서 “결국 이러한 정책운영은 당국의 취지와는 다르게 북한 정권과 인민들간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