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7.1조치 6년] 새 경제개혁조치 전망

북한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에도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6자회담의 진전으로 인한 대외여건의 긍정적 변화를 북한 당국이 경제재건에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 남북정상회담 때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긴 했지만, 북한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에도 농업개혁과 기업의 자율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했지만 북미간 대립이 고조돼 대외 정세가 불안정을 거듭하면서 실행하지 못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중국의 개혁을 모델로 삼아 베이징과 상하이 뿐 아니라 개혁조치가 실시된 중국 각지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했지만 가시적인 후속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7.1 경제개혁 조치가 진퇴를 거듭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자본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된 점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지도부가 초기 시장주의적 형태의 도입에 따른 사회의 이완현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내부적으로 공급부족이 만연함에 따라 공식가격과 시장가격간 격차, 공식환율과 시장환율간 격차가 커지면서 내부경제가 안정되지 못했고,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의 불안정도 과감한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신고와 마무리 단계의 불능화 조치, 냉각탑 폭파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제외 등의 상응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러한 대외여건의 호전이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새로운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지원국 해제가 곧바로 북한의 급격한 개방이나 외부투자의 급속한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최근 북미관계의 호전에 영향받아 중국 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의 자본들이 대북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외국기업의 대북 경협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외자 유치의 초기단계이겠지만, 외자가 늘어나면 북한의 산업가동률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내부적 자원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외부로부터 투자가 이뤄져 경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면 북한 당국의 새로운 변화의 모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식량지원이 북한내 곡물가격의 안정으로 이어지고 주민생활이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든다면 외부환경의 개선에 기반한 내부적 경제개혁 조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정하고 올해를 전환의 해, 인민생활 개선의 해로 설정했으며 9월에는 정권 수립 60주년에 맞춰 제12기 최고인민회의가 출범한다”며 “이에 맞춰 제2의 경제관리개선조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해본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올해 초에도 시범적으로 실시해오던 가족농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농업개혁과 소규모 사유화 인정, 기업경영의 자율성 확대 등의 방향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준비했다가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분위기를 타고 변화를 모색하려고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중국 등을 대상으로 개혁방안에 대한 준비를 해온 만큼 그동안 연구했던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관계 분위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을 감안할 때, 더 본격적인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이 동반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실장은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는 데 가장 중요한 축중의 하나는 남한”이라며 “북한 당국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개혁.개방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의 확대나 남북간 경공업-지하자원 협력방안 등이 본격화해야 북한의 개혁이 좀더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연철 교수는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 내부 경제에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에 북측 기업들이 합영.합작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품산업 등으로 종목을 확장해야 한다”며 “우리의 마산 수출자유지역이나 중국의 특구처럼 북한 기업의 참여가 이뤄져야만 개혁과 개방의 분위기가 북한 사회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주장하는 ‘비핵.개방 3000’의 이행할 주체 역시 결국은 북한의 기업들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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