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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사진) 외무성 부상이 최근 방북한 중국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에게 연말까지 이행해야 하는 핵계획 신고에서 우라늄 관련 부분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도쿄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부상이 우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핵계획 신고의 핵심은 플루토늄”이라고 밝혔다며 중국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김 부상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연내에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중시하는 농축 우라늄 개발의혹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설명할 방침’이라고만 밝혀 현 단계에서는 신고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 시리아에 대한 핵개발 협력 의혹은 완전히 부정했다. 6자회담 및 수석대표 회담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말해 당분간은 개최에 응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방북한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도 22일 방한해 이번 방북 기간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해 충분하고 완전한 핵신고가 필요하다고 북한을 압박했으나 북한은 UEP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은 핵 계획 신고 대상을 영변 원자로를 통해 추출된 핵원료인 플루토늄의 생산량과 용도에 한정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측이 요구하는 핵확산 의혹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 신고대상에서 제외할 뜻을 각급 외교통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우라늄농축용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 140t을 러시아 업자로부터 수입한 사실을 미측에 시인했지만, 로켓탄 등 UEP와 무관한 용도에 사용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무샤라프 자서전’에 나오는 20개 안팎의 원심분리기 도입 의혹에 대해서는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 10∙3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12월 31일까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우라늄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서 핵 계획 신고를 두고 미-북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불능화 작업이 이미 시작된 만큼 한 두 가지 작업에 있어 시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해의 폭을 넓힌 상황이다. 하지만 핵 계획 신고는 전혀 다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UEP문제는 2차 북핵 위기의 발단이 됐던 문제로서 북한 핵 신고의 중심에 있다. 미국은 이 문제와 더불어 그동안 추출해낸 플루토늄 양과 용처, 시리아 핵시설 지원 의혹을 신고서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조시 부시 미 대통령의 친서도 이 같은 내용이 핵심이다.
북한이 UEP문제를 포함한 핵 계획 신고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경우 미북관계의 유화적 국면도 급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위싱턴포스트는 21일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과 무관하다는 증거로 미국에 제출한 알루미늄 튜브 샘플에서 “우라늄 농축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알루미늄 튜브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핵심 부품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정보사항’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오랜 우려 대상인 농축 핵 프로그램에 대해 철저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북핵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알루미늄 튜브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의도된 정보 유출로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한을 두고 조율에 나서겠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신고 문제로 판을 깨기에도 양국 모두 부담스런 상황이다.
북한은 아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중유 95만t 상당에 달하는 신고∙불능화의 경제적 대가 역시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도 그동안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대화 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협상의 실패에는 엄청난 부담이 따른다.
타협이든, 파국이든 이번 신고 문제가 향후 북핵 협상의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