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8일 담화를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이 계속 없는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우기면서 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면 지금까지 겨우 추진되어 온 핵시설무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6자회담 10.3합의 이행이 미국의 처사로 하여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미국은 제재해제와 관련한 자기측의 의무를 합의된 기한내에 이행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핵신고와 관련해서도 부당한 요구를 계속 들고나와 문제 해결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북한이 UEP와 핵확산 문제에 대해 “미국측의 체념을 고려해 우리로서는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왔으나 협상을 하면 할수록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부시 행정부의 그릇된 주장을 정당화해주는 희생물로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담화는 또 “우리는 우라늄농축이나 그 어떤 다른 나라에 대한 핵협조를 한 적이 없으며 그런 꿈도 꾸어본 적이 없다”며 “그러한 것들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6자회담 진전을 위해 회동한 바 있다.
힐 차관보는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북한이 지금껏 벌여 온 일들에 대해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서 “북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다른 길을 찾거나 문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회동에서 ‘미국이 유연함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줬지만 이와 동시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없는 사안은 무엇인지도 명확히 했기 때문에 북한이 결정을 내려 알려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부상은 이날 제네바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 제안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계속 연구 중”이라고 답한 뒤 “미국과 시각차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면서 “미국과 북한 모두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때문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 같은 담화는 미국측의 제안한 아이디어를 공식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핵신고 방식과 관련해 ‘분리신고’든지 ‘상하이 코뮤니케’ 형식이든지 신고에 임하는 것 자체가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이 제네바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거부한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제네바접촉을 통해 서로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에 내부검토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쪽에서도 지금이 분기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강한 입장을 내서 협상을 촉진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세워놓고 미국측에 ‘협상하려면 하고, 안할거면 말라’는 식으로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후통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