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측 주장대로라면 이는 북한의 농축 우라늄 기술 수준이 시험농축 연구개발 단계를 마무리하고 대량 원심분리기를 갖춘 정식공장 건설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결속단계’란, 북한이 원심분리기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뒤 소규모 ‘시험농축(파일럿)시설’에 필요한 최소한 수백기의 원심분리기를 연결, 우라늄 농축을 위한 입출력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축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속단계’라는 것은 결국 시험단계를 끝내고 생산단계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이미 러시아 등을 통해 기술적 협력을 받았기 때문에 핵무기 생산라인 구축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우라늄 농축 시험에 돌입했을 것이란 정황에 따른 것이다.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U235)을 정제해 그 속에 포함된 원소 U235의 비율을 90% 이상 농축시켜 만든다. 북한은 원심분리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파키스탄 압둘 칸 박사로부터 원심분리기(P1형) 20대와 P2형 설계도를 제공받았고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생산라인을 구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전략에 따라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핵심 시설들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라며 “정황을 분석해볼 때 실험실 규모의 농축관련 연구를 하면서 우라늄 농축 기술 등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장은 “핵무기를 본격 생산하는 고농축 생산라인을 갖춘 것으로 보기엔 성급하다”고 덧붙였다.
우라늄 농축을 통해 연간 핵무기 1개(농축 우라늄 20∼30㎏ 기준)를 생산하려면 1천대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원심분리기 개당 가격이 16만∼24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심분리기 1천개를 확보하는데 최소 1.5∼2.5억 달러가 필요하다.
북한이 고가의 우라늄탄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쉽고 은밀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원심분리기 1천개를 설치하는데 불과 300평 미만의 작은 면적만 확보하면 된다. 또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도 매우 적어 외부의 감시가 어렵다.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으로선 원심분리기만 확보하면 은밀하게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은밀성이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추출된 농축 우라늄이 다른 나라에 이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비확산’에 중대한 위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