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21일 남북당국 간 대화를 제안해 왔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우리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문제를 거론하며 개성공단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가 오라’며 21일 남북당국자 접촉을 제안함과 동시에 북한군 총참모부를 내세워 “이명박 역적패당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km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위협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정부의 PSI 전면참여 계획을 시비삼아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개성공단 폐쇄 조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와 최근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 확인한 한국의 입장을 종합해 더 이상 이명박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의 구실로서 PSI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에 대한 수사결과를 우리측에 통보하며 ‘남한 당국이 비정치적인 경제협력사업인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의 탈북을 종용하는 등의 정치적 활동을 했다’고 억측을 부리면서 남북관계의 전면차단을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PSI 전면참여 원칙’을 확정한 채, 발표 시점만을 살피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간파하고 있는 북한은 이를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 PSI 참여냐 개성공단이냐를 강요해 이후 남북관계 국면을 ‘남한 책임론’으로 돌리려는 것이 북한의 복안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도 “북한은 남북당국자 접촉에서 남한정부의 PSI 전면 참여 문제를 개성공단과 연계해 강도 높은 대남비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PSI 전면참여를 개성공단 지속과 연결시켜 남한 정부의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여론상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남한의 PSI 참여를 구실로 ‘남북간 육로를 차단 제한’ 등의 조치를 발표하며 대남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만약 현행 군사분계선을 통한 개성공단 관련 인원의 출입경과 물자 반입을 차단하게 되면, 남는 방법은 선박이나 항공기 뿐으로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의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그는 “이는 사실상 개성공단의 폐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남한의 입장에서는 PSI 전면참여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냐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PSI 전면참여 발표를 21일 이후로 늦추고 남북당국자 접촉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정부의 PSI 전면 참여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칫 정부가 개성공단과 현대아산 직원을 볼모로 남한은 손발을 묶어놓으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21일 예정된 남북당국자간 접촉이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끝날 경우, 그동안 PSI 발표 시점까지 미루며 남북대화를 기다려온 정부는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북한에게 정치공세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