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2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한 도발이라는 해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이후 9차례 NLL을 침범했다.
북한 당국은 앞선 22일에는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임진각 타격’을 운운하며 남한 내에 삐라 반대 여론을 유도한 바 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은 이날 오전 11시경 백령도 동쪽 NLL을 0.2마일(약 0.36km) 넘어왔다가 7분 만에 되돌아갔다. 올해 북한 어선(9차례)과 경비정(2차례)의 서해 NLL 침범은 모두 11차례지만, 최근 2개월 사이에 9차례가 집중돼 있다.
군 소식통은 “북측 수역에서 조업해야 하는 중국 어선이 NLL 남쪽으로 내려오자 북한 경비정이 나포를 목적으로 NLL을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NLL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 어선 70여 척이 조업 중이었다.
그러나 중국 어선의 나포를 목적으로 NLL을 침범했다는 일종의 실수로 보기에는 그간 정황이 단순하지 않다. 때마침 우리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NLL 존중을 전제로 10·4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박근혜의 떠벌임이나 괴뢰 당국자들의 NLL 고수 주장은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우리민족끼리는 18일 NLL 공방에 대해 “새누리당의 북풍 선거 전략일 뿐”이라며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20일에는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이 “NLL은 미제침략군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불법무법의 날강도적인 유령선”이라고 강변하며 NLL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차기 정부를 염두에 두고 남측과의 대화에서 NLL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한 연구원은 “NLL 침범이 북한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하지 계산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남한 대선이 끝나고 남북한 대화에서 의제를 장악하기 위한 행동을 계속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한 내에 사회적으로 NLL 문제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각인시켜 (남한 내)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려는 의도”라며 “여·야 누가 되든 상관 없이 평화문제가 핵심적인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깔아놓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북전문가는 “현재 남한 내에서 NLL 갈등이 생겼으니 갈등을 부추기고자 하는 것”이라며 “진보·보수 어느 쪽에도 도움을 주고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둘을 갈라놓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