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공동어로·해주특구 등 실리 두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은 2일 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정착, 공동번영, 화해·통일에 관한 제반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본항 8개와 별항 2개를 담은 ‘2007남북정상선언’에 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은 4일 오후 1시 백화원 영빈관에서 8개 합의사항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선언은 8개항으로 구성됐다. 이번 선언의 핵심 내용 중 3장 서해 NLL 문제와 4장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관련국 정상회담 개최 협의는 이후 논란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합의 8개항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 1항. 6·15 공동선언 적극 구현 = 이번 선언에서는 지난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통일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넣지 않는 대신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가기로 하고 “6월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문제는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잘 정리돼 있다”고 평가하며 “통일은 통일방안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서 이번 선언이 6.15선언의 확장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우리민족끼리’를 남북관계의 전제로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민족공조 공세에 끌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 2항.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 = 남북인 이번 회담을 통해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전환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오간 호혜적 수사를 반복한 것으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법률적·제도적 장치는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참관지’ 제한 철폐 등이 거론될 수도 있다.

상호내정불간섭을 거론한 것은 최근 제기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북측의 방어막 성격이 강하다. 이 시점에서 남북합의서에 나오는 내정불간섭 원칙을 제기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속도에 맞지 않는 후진적인 조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남북은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북측은 지난 1985년 4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의장 명의로 남북국회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88년7월에는 국회연석회의 개최도 제의한 바 있다.

이후 남북국회회담은 1985년에 2회에 걸쳐 예비접촉과 1988년에는 10회에 이르는 준비접촉을 가졌지만 본 회담은 무산됐었다. 2000년 이후에는 우리측이 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나 북측이 답변하지 않았다.

◆3항.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이번 선언문에는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금년 11월중 평양에서 남한 국방부 장관과 북한의 인민무력부장간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어로 수역지정을 북한이 남측의 호의 대로 순차적으로 이행한다면 어획량 증가와 충돌방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북한이 NLL 무력화를 노린다면 오히려 어선간 충돌, 북한 해군의 공격적인 남하 여지를 줘 분쟁이 커질 소지도 있다. 보수세력은 영토 양보라며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4항. 6자회담의 2.13합의 이행 협력, 평화체제 구축과 종전선언 추진 = 6자회담은 전날 연내 북핵 불능화를 완료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선언에는 예상대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하는 데 그쳤다.

북핵 문제가 6자회담에서 도출된 로드맵에 따라 굴러간다고 해도, 북핵문제의 완전한 청산을 약속하는 김정일의 구체언급을 원했던 국민들의 바램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와 함께, 남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과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종전선언 추진은 비핵화와 미북문제와 연관돼 있어 지향 차원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3자 또는 4자 정상”이라 표현한 것은 북측이 남한을 종전선언의 대상이 아니어서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북측이 제시하는 종전선언 대상은 유엔과 중국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남북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5항.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 남북 경협의 확대 발전 방안을 명시한 5항에서는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을 제시했다.

남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평화협력특별지대’가 설치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위상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NLL 북쪽 해역을 따라 해주항으로 입.출입하는 북한 선박들이 앞으로 해주직항로가 개설되면 NLL을 가로질러 덕적군도 해상으로 항해할 수 있어 유명무실한 선으로 지위를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그동안 남측 기업 관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던 3통(통행,통신,통관)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를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선언문에는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산업은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폭주하면서 제3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해 주목된다.

또한,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운영해 왔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부총리급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키로 합의해 향후 남북 경협분야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6항.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의 발전 = 사회.문화 교류협력 부분에 있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남북은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백두산관광은 지난 2005년7월에도 합의한 바 있지만 지금껏 실행되지 않아 실제 백두산관광이 실현되기까지는 어느 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의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2008년 북경올림픽에 남북응원단이 함께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해 참가하기로 했다. 이밖에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7항. 남북간 인도적 사업 협력 =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가 일정 정도 진전을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선언문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인도주의 협력’ 분야는 경협문제나 평화체제 문제와 비해 성과가 매우 적고 납북자 문제는 언급되지 않아 소극적인 대처라는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전부터 추진되어온 남북 이산 가족간 영상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현재 건설 중인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켜 이산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북측에 수해 등 자연재해 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동포애와 인도주의, 상부상조의 원칙에 따라 적극 협력해 나간다”는데 합의했다.

◆8항. 국제무대에서의 공동 노력 = 남북은 8항에서 유엔 및 각종 국제기구, 국제회의 등에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분야 교류, 국제대회 유치 등을 위해 공동 노력해 온 것을 확인하며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했다.

이번 선언문에는 8개의 본항과 함께 2개의 별항이 추가됐다. 별항에는 남북관계 진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고, 금년 11월중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부분이다.

그동안 남북장관급회담이 21차례에 걸쳐 진행돼왔지만 정세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남북간 합의에 대한 실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총리회담이 안정적으로 열릴 경우 남북관계의 발전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은 별항으로 구성돼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 ‘6.15공동선언문’에도 ‘김정일 서울 답방’은 5개 본항에 포함되지 않은 별항이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수시로 열기로 한 것’은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정례화’를 요구한 데 따른 배려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