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GO 철수요구, 인권결의안 무력화 의도

▲ 제60차 유엔총회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북한 당국은 지난주에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 비정부기구(NGO)에 대해 올해까지 활동 중단을 명령하고, 수개월 내에 출국할 것을 요구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북한 관리들이 유럽연합(EU)가 유엔총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인권결의안에 대한 첫 번째 보복성 조치다. 주민의 희생을 볼모로 외부의 인권압력을 막아보겠다는 발상은 김정일 정권의 자폐적인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의 의도가 담겨있다.

EU가 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한 이유는 단 하나다. 유엔의 이름으로 인권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 경제개발과 관계개선을 받으려면 인권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김정일은 북한인민을 자신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무법적으로 인명을 살상해온 독재자다. 권좌의 신격화를 위해 온 사회를 우상화 시설물로 도배하고, 곳곳에 수용시설을 만들어 인민을 통제해왔다.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EU 국가들이 북한당국과 인권대화를 진행해오고, 유엔인권위에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결국, 유엔총회에서 북한 당국이 인권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 결의안 제출의 기본 취지다. 남미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 압력이 해당 국가의 정책 변화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온 경험을 유엔은 축적하고 있다.

북한이 유럽 NGO에게 퇴거 명령을 내린 것은 일부 북한 주민에게 현실적인 피해로 다가갈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대해온 세력들은 이러한 현실론을 들고 나오면서 북한인권 개선의 ‘실효적 접근’을 강조할 것이다. 결국은 조용히 하자는 주장이다. 김정일은 아마 이것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 위해 인권문제 제기해야

김정일이 이처럼 국제사회의 압력에 저항한다는 것은 실제 개혁개방으로 나가고자 하는 의도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수령독재와 폐쇄된 통제체제로는 개혁개방에 성공할 수 없다. 개방체제에서는 주민들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인권 문제가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가름 해주는 핵심 기준이 된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인권문제는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압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원칙적인 자세는 결국 북한의 꼼수를 넘어서게 된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 시위를 할 때면 주위에서 자주 했던 말이 “그렇게 한다고 사회가 바뀌냐”는 것이었다. 이 말을 현재는 국내 친북세력들이 북한정권을 옹호하고 국내외의 인권 압력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세력도 해외 인권단체와 민주 인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미국 정부가 직접 한국 정부에 인권 개선 조치를 요구한 적도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과거 국내 민주화 운동세력에게는 커다란 후원이 되고, 인권을 탄압하는 정부에게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엔결의안 채택 이후 일시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 모든 행위에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는 인권 개선만이 행복권 보장의 길이다. 인권개선을 위한 끊임 없는 관심과 압력이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의 급격한 변화이든, 점진적 인권 개선이든 내부 민주화 동력이 취약한 상태에서는 외부의 간섭과 압력이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북한 인권문제는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제사회가 북한과 인권대화를 희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전 세계적 흐름에 한국 정부가 함께 역할을 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중국과 한국의 무분별한 지원이 오히려 식량 배급제를 복원시키고, 개발 지원을 핑계로 외부 NGO를 철수시키는 행동을 가져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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