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방북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합의했다고 CNN이 20일 보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를 동행 취재하고 있는 CNN의 울프 블리처 앵커는 “북한이 추방했던 유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 사찰단을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4월 6자회담 중단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발표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시킨 바 있다.
IAEA 사찰단 복귀는 지난 6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일이 제기한 5개 이행사항 중에 포함돼 있는 조치로 CNN은 “이번 조치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패키지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또 핵 연료봉을 외국으로 반출하고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군사위원회와 군사 핫라인 구축에 대해서도 동의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전날 리처드슨 주지사의 2가지 제안에 대해 북한이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지만 공식적인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지난 16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한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국장 등과 군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계관 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리처드슨 지사의 이번 방북은 주목받았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공식적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고, 구체적으로 실천이 문제”라면서 “IAE사찰단을 받아들여도 사찰단의 활동범위나 여러 가지 엑세스(접근) 허용이 된다든가 어떠한 의도로 언급했는가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IAEA사찰단 허용에 대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고, 설사 확인되더라도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우라늄농축시설까지 공개된 마당에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16일 “북한이 만약 IAEA 사찰을 수용하더라도 핵개발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찰단이 간다고 해도 핵 시설이 돌아가고 있는 현장을 보고 오면, 활동을 외부에 알려주는 앰플리파이어(amplifier, 증폭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의 IAEA사찰단 수용 의사가 대화재개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핵 물질을 공개하고 전용하지 않겠다는 차원이 아닌 그냥 사찰단이 들어가서 본다는 것은 알맹이 빠진 사찰이나 다름없다”면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대화를 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이 현재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 껍데기인 영변 지역 사찰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서 “의미 없는 사찰단 복귀 등으로 대화재개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