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 C B M 기술로 美 한반도 개입 억제”

북한이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로 사실상 미국을 사정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능력을 입증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2단 추진체가 낙하지점이 애초 예고된 무수단 발사장 기점 3천6백km에는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8년의 대포동 1호보다 더 멀리 낙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ICBM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ICBM 기술 보유가 갖는 군사적, 국제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북관계에 있어서는 오바마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이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한반도 안보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운반수단인 미사일 기술까지 갖춘 것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 北, 로켓발사…핵무기 운반수단 만든 것=이춘근 이화여대 겸임 교수는 “핵탄두만 있거나 미사일만 있다면 그것 자체로는 적을 위협할 수 있는 진정한 무기가 되지 못한다”며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통해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려고 하는 의도는 결국 핵무기와 합쳐서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의도를 파악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미국을 염두 해 둔 것”이라며 “미국을 사정거리에 둔 핵탄두 미사일의 존재는 한반도 유사 상황시 미국의 개입을 상당부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결국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을 보유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노린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자기 방식대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개입을 가능한 배제하기 위해서”라며 “이 경우 기존 방식으로 더 이상 한국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을 때 한반도의 안보 구도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탄도 미사일 개발 및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대북 억제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MD 체제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MD가 현실적인 북의 핵위협을 막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여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공위성’ 발사도 안보리 결의 위반=북한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이전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 시기와 위치 등을 통보하는 등 인공위성 발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치들을 취했고, 최근에는 우주천체조약과 우주물체등록협약 등 국제우주조약들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도 탄도미사일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제5항의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는 조항은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모두 3단계 로켓 추진체를 사용하는 등 기본적인 기술은 동일하고 탄두의 유무와 발사체의 궤적 등에서만 일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했더라도 탄도 미사일 능력을 갖춘 것과 동일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통신위성 등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는 북한이 순수 목적으로 인공위성 개발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람이 타는 자동차에 무기를 실어 가듯이 인공위성을 싣고 가는 로켓에도 미사일을 실어 발사할 수 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인공위성’ 개발을 못하게 하는 문구는 없지만 로켓 개발 행위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사안이 맞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4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현실을 외면한 구태의연한 대결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이는 “조선(북한)을 단계단(다단계) 로켓 기술의 군사이전으로 떠밀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로켓 기술을 장거리 미사일 기술로 전용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