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P 해결 유력 시나리오 3개 분석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 이후 북핵 초기조치 이행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있지만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양국간 인식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어 향후 협상의 핵심쟁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3합의가 순항할수록 2002년 제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켰던 HEU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북한은 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미국은 존재를 확신하지만, 북한은 지금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HEU 프로그램도 ‘2·13합의’에 따라 핵프로그램 신고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기조치 이행단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BDA 처리에서 보여주듯이 북핵 폐기 목표달성을 위해 과거 범죄행위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HEU 문제도 양국간 타협점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늘어가고 있다.

① 美, HEU 문제 UEP 수준으로 타협 가능성= 미국은 2∙13합의 초기 이행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 수준이 핵무기 제조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과 정치적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HEU가 아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전반에 대한 신고를 요구키로 했다는 소식이 워싱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HEU를 직접 문제삼지 않을 경우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도는 핵무기 제조용 HEU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발전용 저농축우라늄(LEU)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선에서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북한은 UEP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 핵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HEU가 아니라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LEU에 대해서는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했지만 실제 농축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발전용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다는 것.

미국이 핵프로그램 목록 논의대상을 UEP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뒤 북한이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 LEU에 대해 인정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이미 핵무기 비확산이라는 원칙을 세웠다”면서 “북한이 비확산 원칙에 부합하는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HEU문제도 북한과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 美, HEU 단계적 해결 추진 가능성= 미국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 하면서 HEU 프로그램을 검증하기 위해 단계적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HEU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 그 실체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주 미국 뉴육회담에서 HEU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힌 것 또한 HEU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HEU 프로그램 존재를 먼저 거명하기 보다는 북한의 농축우라늄 문제 전반에 대한 신고를 받고, 검증 절차에서 HEU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HEU 문제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 북한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초기조치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깨질 수 있는 무리한 요구를 북한에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HEU 문제를 길게 보면서 처음에는 북한이 수용 가능한 선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③ 美, 초기단계부터 HEU 고강도 압박 가능성=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장기적인 전략적 측면에서는 HEU 문제를 쉽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초반부터 HEU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한 신고와 검증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이 HEU문제를 초반부터 강하게 걸고 나온다면 이는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계획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는 미국이 HEU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은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HEU 프로그램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우리가 전모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미국의 이런 의중이 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장기적으로 2∙13합의 이행을 지켜보면서 HEU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확보하거나 북한이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6자회담에서 HEU 문제를 강하게 거론할 수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HEU 문제에 대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북한의 HUE 문제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더욱 많아지기 때문에 HEU 문제를 미북간 정치적 수준에서 봉합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부 장관,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HEU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