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 전략적 시인불구 美 적절히 대응 못해”

부시 행정부의 북핵 6자회담은 실패한 외교이다.

또 북한이 경제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북미 관계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시인했는데도 이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초기에 대북특사를 역임한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5일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실패한 외교: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북핵문제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간협의가 아니라 북미 양자외교를 통해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2.13 합의 이후 1단계 합의사항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국면전환을 가져온 것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주도로 이뤄진 북미 양자회담의 성과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했을 당시, 강석주 북한외무상이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통역과 회담 참석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HEU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HEU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시인함으로써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자 했다면서 북한이 그해 7월1일 북한 경제개혁을 발표했는데 HEU 프로그램이 북미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측에서 문제 삼을 때 이를 시인하고 넘어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켈리 차관보가 북한 핵관련 문제를 제기만 하고 다른 문제를 추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본국에서 부여받지 못해 북한이 기대했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북미관계가 악화로 치달았다고 프리처드 소장은 회고했다.

이후 북한 핵활동을 동결하기로 한 1994년 북미협정이 와해됐고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한 데 이어 핵무기를 두 배 이상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핵연료 재처리에 들어갔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점점 비슷하게 되고 있는 것과 관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부인 존 볼턴 전 미국 유엔대사가 주도했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Absolutely failed)”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8㎏ 정도로 핵무기를 1-2개 정도를 만들 정도의 역량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2.13 북핵합의를 이루기 전에 10개 정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정도까지 플루토늄 보유량이 늘어나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미친 짓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6자회담과 달리 북한을 초기 멤버로 넣지 않는 영구적인 동북아안보체제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을 처음부터 회원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북한이 의제를 선점하고 문제해결의 속도까지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다만 북한에 인센티브인 `스테이크’를 제공, 국제사회에 편입돼 인권 문제와 국제금융시스템 등에서 책임감을 가진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무엇을 잃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리처드 소장은 오는 17일 오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저자와 대화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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