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 입장은 뭔가

국가정보원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존재를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이 문제가 ‘2.13합의’ 이행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HEU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HEU의 존재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특사 방북으로 불거진 HEU문제에 대해 “켈리 차관보가 우리나라 방문시 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저들의 주장을 인정하라고 오만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의 말에 대하여 인정할 것도 없었으며 부정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며 “미국이 꺼내들기 좋아하는 정보자료들이 날조된 허위”라고 주장했다.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선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켈리는 우리나라에 와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강박적인 언행을 하면서 무턱대고 우리가 우라늄 농축계획을 몰래 추진하고 있다고 걸고 들었다”며 “이에 대해 우리는 그 어떤 비밀 핵계획도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우리는 농축우라늄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있고 우리에게는 일심단결을 비롯해 강한 무기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허튼 정보에 기초해 핵위기를 다시 만들었다”며 “(북한의) 핵동력 정책은 천연우라늄에 기초한 것이고 농축우라늄과 상관이 없고 농축우라늄은 없으며 설비도, 과학자.기술자도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2004년 12월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지 못한 것을 거론하면서 “우라늄 농축계획은 부시 일당이 우리 공화국을 핵범인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이라크에 대해서와 같이 거짓정보를 조작해 내든 모략적인 생억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은 HEU문제를 미국의 조작과 모략으로 일축하면서 켈리 차관보의 방북 때 증거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뒤집어보면 미국이 HEU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면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정부 측의 판단이다.

‘2.13합의’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정부에서 북한이 신고해야 하는 핵시설에 HEU가 포함된다고 잇달아 언급을 내놓고 있는 것도 결국은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먼저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면서 HEU문제를 누락시킨다면 앞으로 가동될 핵폐기 워킹그룹에서는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순순히 HEU문제에 대해 털어놓지 않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HEU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처럼 문제를 푸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간 BDA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의에서 미국측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한도 부분적으로 돈세탁 문제 등에 대해 시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대표단 단장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부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뒤 “북한과 관련한 은행계좌를 포함한 불법 금융활동에 대해 재무부가 품어온 의심들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정확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BDA 은행이 북한 돈세탁 기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미국의 우려가 (사실로) 입증됐다”고 말해 북한이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 시인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북한이 HEU문제와 관련,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다면 BDA문제를 푸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고 북한을 추궁하는 과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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