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프로그램 도대체 어느수준인가?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차이 ⓒ동아일보

북한은 지난주 미북 뉴욕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HEUP) 문제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혔지만,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3 합의에 따라 초기조치에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만간 HEU문제는 미북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HEU 문제가 정치적 타협수준에서 봉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HEU 프로그램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우리가 전모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해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동안 북한의 HEU 프로그램 추진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도입(압둘 카디르 칸 증언)했으며, 원심분리기 복제를 위한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를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양질의 천연 우라늄 매장량이 많으며 수십년 동안 이를 채취하고 정련해온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HEU 관련 기술과 장비를 도입해 왔으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북한이 원심분리기 복제 기술과 관련, 핵심 부품을 도입하지 못한 이상 HEU 프로그램 진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HEU 핵개발은 언제부터?=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HEU 프로그램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해왔다.

미국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때만 해도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 개발방식을 선택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당시 북한의 핵관련 시설들은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시설들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제네바 합의로 원자로 가동이 동결돼 플루토늄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제조과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HEU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HEU 프로그램은 지하의 여러 장소에 농축 시설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은닉성이 뛰어나, 북한이 이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라늄을 농축할 수천 개(1,700개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1년 간 가동하면 핵폭탄 1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50kg의 HEU를 만들 수 있다. HEU 프로그램은 일단 원심분리기와 관련시설만 충분히 확보하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에 비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은 소규모 분산·은닉이 가능하고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 또 우라늄 핵무기는 플루토늄 핵무기와 달리 사전에 폭발 시험을 할 필요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큰 장점 때문에 비밀리에 핵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해왔다.

핵개발 용도 이외에도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 2기가 완공될 경우, 원료인 농축 우라늄을 계속 미국 등에서 제공받아 운전해야만 했다. 따라서 가동이 중지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연료용 농축 우라늄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 HEU 프로그램 개발에 돌입했나? =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원심분리기의 재료인 고강도 알루미늄을 밀반입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발표해왔다.

미국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심증을 굳히게 된 것은 북한이 일본과 독일, 러시아 등으로부터 원심분리기의 재료인 특수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대량 구입하고 있음을 포착하면서부터였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원심분리기를 1998년 파키스탄에서 구입해 2004년 7~8월경 가동을 시작했다. 더욱 확실한 것은 북한이 1998년을 전후해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제작에 필요한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집중적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천600대분에 상당하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러시아 업자로부터 도입한 사실이 지난 2005년 미국 당국에 의해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이 손에 넣은 알루미늄관은 영국과 독일-네덜란드 합병 우라늄농축 기업인 우렌코사가 개발한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관과 동일한 소재이며 치수도 mm 단위까지 일치한다. 북한은 또 독일 업자로부터도 200t을 입수하려고 했지만 독일 당국이 2003년 4월 이 업자의 무허가 수출 기도를 적발, 미수에 그쳤다.

따라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구입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을 볼 때 우라늄 농축 등 관련 프로그램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1996년 가을경 북한의 전병호 군수공업담당비서가 나에게 ‘파키스탄과 비밀 협정을 맺어 농축우라늄 기술을 통한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도 2월 20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실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농축 관련 장비를 도입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우라늄을 농축했다는 것은 파키스탄의 칸 박사의 증언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말했다.

▲HEU 관련 미북간 일지

◆HEU 프로그램 기술은 어디까지?=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도입한 원심분리기를 모델로 복제 기술까지 습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우라늄 핵무기 1개를 만들려면 최소 HEU 50kg(임계질량)을 생산해야 한다. 원심분리기 1700여개를 1년간 가동해야만 50kg의 HEU를 얻을 수 있다. 길이 3.2m, 직경 22cm 정도의 긴 원통으로 만든 원심분리기 1대를 1년 간 가동하면 우라늄 235의 농도가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 30g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파키스탄에 들여온 20여대의 원심분리기를 모델로, 이를 복제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원심분리기의 재료인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밀반입하려고 노력했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북한은 수십대 정도의 원심분리기만 파키스탄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이를 복제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단기간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원심분리기 재료뿐 아니라 빠르게 돌아가는 데 필요한 원심분리기용 윤활유 등 부수적인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월 22일 “미국은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위한 장비를 구매해왔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도 “HEU 프로그램은 복잡한 프로그램이고 북한이 실제 구입한 것보다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7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폐기를 이루지 못할 경우,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능력과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능력을 고려할 때 2009년 말이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난으로 우라늄 농축시설 운영 불가? = 북한에서 개발된 우라늄 광산은 7개 군데. 현재 채굴 중인 광산은 황북 평산과 평남 순천광산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된 곳이다.

북한에는 비교적 풍부한 천연우라늄이 매장되어 있으며 매장 우라늄 총량은 2600만톤, 이중 채굴 가능량은 400만톤에 이른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로는 평양 교외에 있는 국가과학원과 양강도 영저동, 자강도 하갑의 3개소가 지목받고 있다. 이중 국가과학원 실험실이 농축우라늄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당국은 1999년부터 황북 평산군과 강원 고산군, 양강도 영저동에서는 미사일 갱도시설공사를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강도는 산세가 험하고 강계시, 만포시 등지에는 1백여개의 지하공장이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지하 2백미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강도 강계는 지하공장 가운데 정밀기계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곳이지만, 주로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시설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이곳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관련 전문 인력은 약 3천명 남짓으로 파악되며, 이중 200여 명은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고급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유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하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북한의 전력난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실장은 “북한의 전략난이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대규모 우라늄 농축공장을 건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도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HEU는 플루토늄에 비해 8배~10배 많은 양이 필요하다”면서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시설을 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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