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BDA-핵논의 ‘연계’하나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이 회담 첫날 기조연설을 제외하고는 각국의 양자회담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웅크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핵군축 회담과 핵프로그램 포기를 위한 경수로 및 에너지 지원, 금융제재 등 각종 제재 해제 등을 요구했지만 미국과 한국 대표단의 양자회담 개최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적극성을 보여왔던 것에 비해 볼 때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일단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19일부터 6자회담과 별개의 트랙에서 진행되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금융제재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13개월이나 미뤄오면서 금융제재를 그 이유로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이 문제 해결논의의 진전여부에 따라 핵문제 논의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계관 부상도 기조연설에서 핵프로그램의 포기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유엔재재와 금융제재 등 모든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만큼 BDA 논의를 지켜본 뒤 그 결과에 맞춰 6자회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북한이 핵문제 논의와 BDA 문제를 연계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BDA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 장소로 뉴욕을 제시했으나 북한이 베이징 개최를 강력히 요구하자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그동안 회담이 열리지 못한 이유가 BDA문제였던 만큼 북한의 입장에서 BDA와 핵문제 논의를 연계시키는 것은 자연스런 행태”라며 “문제는 핵논의에서 진전이 없으면 미국으로서도 BDA 문제에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북한은 남북간의 회담에서도 동시에 열리는 두 개의 회담을 연계하는 전술을 종종 구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6월초 동시에 진행됐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9차 회의와 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이다.

평양에서 열렸던 경협위에서는 개성공단 문제와 해운협력 및 청산결제거래 문제 등을 논의했고 속초에서 열렸던 장성급회담에서는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조치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 문제를 논의했다.

서해상에서의 두 차례 교전으로 서해상 충돌방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북한은 장성급회담에서의 합의에 미적거리는 움직임을 보였고 경협위의 수석대표 단독접촉에서 남측이 대북식량지원을 약속한 뒤에야 장성급회담에서도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결국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나서야 상대가 요구하는 평화문제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셈으로 별개의 두 회담이지만 회담 내용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동시에 개최하는 회담은 서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BDA회담은 그동안 북한이 6자회담 참가 거부의 명분을 제거하는 회담인 만큼 핵문제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도 BDA 문제를 일거에 풀기보다는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핵문제 논의와 보폭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제기하고 있다.

핵 논의가 북한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BDA문제가 협상의 판을 깨는 유용한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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