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BDA몽니전략 효과 보나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의 전액반환 확인 후 6자회담에 참가하겠다는 북한의 연계전략이 북한 입장에서는 올바른 판단이었음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참가국들은 BDA입금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만약 이 틀에서 벗어나 BDA를 풀려고 했다면 예상외로 장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BDA자금의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기술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BDA에서 돈을 보내기로 한 중국은행이 불법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자금을 예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다른 하나는 BDA에 묶인 2천500만달러를 송금하기 위한 계좌주들의 동의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이미 북한은 동분서주하면서 내부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은행이 불법자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북한 자금의 입금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행은 중국 최대의 외국환은행이자 중국내 1만여개 지점을 두고 있는 자산규모 2위의 국유 은행으로 지난해 6월 홍콩증시에 상장, 112억달러를 모집하기도 했으며 세계 27개국에 600여개 해외 점포를 두고 중국에서 가장 국제 금융망이 잘 갖춰진 은행이라는 점에서 신용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제행위자로서 중국은행의 태도를 문제삼기는 사실상 어렵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몽니전략이 적절하고 옳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미 재무부의 발표만 믿고 6자회담에 참여했다면 자칫 북한은 2천500만달러를 제대로 손에 쥐지도 못한 채 ‘대미 억제력의 산물’인 핵시설의 폐쇄에 나서야 하는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니까 중국 정부가 중국은행을 설득하고 제3의 은행을 물색하기도 하는 등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BDA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언행 불일치’에 대한 불신, 반세기가 넘게 반목해온 북미관계로 인한 뿌리깊은 불신 등으로 북한은 돈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만약 미국의 발표만으로 이 문제가 모두 풀린 것이라고 북한이 생각하고 후속 논의에 들어갔다면 2천500만달러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며 “북한측이 중국은행의 반응 등까지 모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판단이 적중했다고 자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앞으로 북한이 핵폐기 과정을 거쳐 국제사회의 보통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불신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중국은행의 입금거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