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BDA몽니…왜 이러나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자금을 손에 쥐기 전에는 비핵화 논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결국 회담을 파행시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몽니는 무엇보다 뿌리깊은 대미 불신에서 기인된 것으로 앞으로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에 시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6자회담에서 북한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BDA자금 입금을 확인하기 전에는 최종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북한의 입장이 대미 불신에서 비롯된 점을 지적했다.

북한은 BDA 해결과정에서 미국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미국이 2.13합의를 기점으로 30일내 BDA 자금 전액을 풀어주기로 약속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아직까지 손에 돈을 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협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첫 걸음마를 뗀데 불과하며 6.25전쟁에 기반을 둔 북미간의 반목과 갈등을 제거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아무런 정치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는 상황이다.

아울러 클린턴 행정부 시절 채택된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부시 행정부 등장으로 한갓 휴지조각이 돼버린 사례는 북한에게 미국의 말만 믿고 행동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남긴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BDA 해결과정을 통해 향후 6자회담과 북미간 회담 등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전 과정에서 ‘동시행동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끈임없이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 등 참가국들에 경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몽니는 BDA 자금을 손에 쥐려면 6자회담의 틀안에서 미국과 중국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마카오 당국이 BDA자금 전액 해제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BDA에서 돈을 보내기로 한 중국은행은 불법자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북한 자금의 입금을 꺼리고 있다.

중국당국이 중국은행을 설득하는 한편 돈을 예치할 만한 다른 금융기관도 물색하고 있지만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으로서는 자칫 돈을 손에 쥐지도 못한 채 핵시설 폐쇄 등 초기이행 조치에 나서는 ‘손실’을 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중국에 매달려 어깃장을 부리면서 또한번 정치적 해결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북한의 몽니는 또한 상대방이 해결의지를 보이면서 양보를 하면 이에 상응하게 타협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구태의연하고 폐쇄적인 협상태도에서 기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와 이라크 사태 등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문제를 탈출구로 삼고 있는 속내를 읽고 있는 북한은 핵실험으로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인식과 함께 ‘성과물을 내지 못하면 다급한 쪽은 미국이지 우리가 아니다’는 ‘승리자의 여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BDA 전액해제라는 결단을 내리면서까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오히려 기고만장해서 “압박을 가하는 것만이 더 많은 양보를 얻을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로 대응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대북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외부 세계의 관행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의 특성을 이해해 가급적 이번 사태의 파장을 줄여야 한다”면서도 “북한측도 보다 개선된 사회를 지향하려면 폐쇄적 관행을 버리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