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5년생 징집 시작…142cm도 현역 판정”

▲왼쪽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앞에 서 있는 미군, 북한군, 한국군 ⓒ연합

북한군당국이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인민군 징집 신체검사에서 현역복무 가능 남성의 신장기준을 142cm까지 하향 조정했다고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올해 인민군 남자 입대 예정자들의 경우 142cm까지 선발하고 있다”면서 “3월 첫주에는 145cm까지 선발하는 것으로 정해졌지만, 대상자들의 키가 너무나 작아 3월 말부터는 각 지역 군사동원부에서 142cm까지 (입영대상자로) 합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군사동원부에서는 ‘아직은 나이가 있으니 입대 이후에 더 자랄 수 있지 않겠냐’ 면서 2cm를 낮춘 것”이라면서 “이렇게 합격기준을 낮추고도 각 지역에 할당된 인원을 채우지 못해 군사동원부마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회령시내 한 중학교의 경우 6·25전쟁 당시 월남자 가족 등 전통적으로 북한이 배척하는 출신성분을 갖고 있거나 가족 중 탈북 경험이 있는 학생 등만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졸업생들이 입영대상자로 판정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대학입학이 결정된 졸업생은 징집을 면제 받는다.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럴꺼면 신체검사는 왜 하나?”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군사동원부들이 입대 기준을 ‘142cm’로 낮춘 배경에는 올해 징집대상이 1995년 출생자들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징집대상에 해당하는 남한 청소년(만 16.7세)의 평균키는 169.69cm다.

소식통은 “1995년 출생자라면 ‘고난의 행군 1세대’라고 할 수 있다”면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먹지 못해서 성장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5년부터 출생률이 뚝 떨어졌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영양상태는 둘째치고, 군대로 뽑아갈 아이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대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본인의 회고록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일꾼의 말에 의하면 1995년에 (노동)당원 5만명을 포함해서 50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술회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북한내부에서는 1995년부터 1999년사이에 출생한 세대들을 가르켜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로 통칭한다. ‘육체, 지식, 도덕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이들은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직후 태어나 영유아 시절에는 ‘영양 및 의료 공백’, 10대 시절에는 ‘교육과 가치관의 공백’을 경험했다. 한편으로는 성장 과정에서 온몸으로 ‘시장화 현상’을 체험하면서 전(前)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강하며 ‘준법(準法)’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군사동원부에 집합된 징집 대상자들의 신체가 너무 왜소한 것을 놓고 “어찌된 것이 조선(북한) 종자는 계속 쪼그라 들고 있나” “써클활동(선동 공연) 하려 가는 어린애 들 같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인민군에 들어가면 어차피 2~3cm는 더 클 수 있으니, 초모기준(징집기준)을 좀 낮춰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군사동원부 간부들의 설명을 놓고 뒷 이야기가 무성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요즘 인민군대가 키크는 곳이냐? 허약병(영양실조)만 안걸려도 (국가에) 절을 하겠다”는 식의 반응이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최소 119만명으로 추정되는 군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만 16세 청소년까지 강제 징집하고 있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조약’의 ‘소년병 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