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번째 핵보유국’ 인정받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한다고 밝혀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기술한 적은 있지만 국제사회의 핵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유엔 산하기구의 수장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한 것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0일 IAEA가 주관하는 국제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나는 어느 국가를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발언의 진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북핵현안에 정통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우선 확인해봐야겠다”면서 “IAEA도 북한의 핵무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설사 사실이라도 단순한 추정일 뿐, 특별히 다른 정보를 갖고 말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AEA가 영변에 핵시설 불능화를 감시하기 위한 사찰관을 파견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등이 취득하지 못한 정보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한 이후 줄곧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주기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한.미 등은 `절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모든 핵물질을 없애겠다는 6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북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대로 6자회담이 아닌 군축회담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 이유에 속한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하에서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공인 핵보유국 클럽(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을 뜻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같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NPT 체제하에서 인정되지는 않는 국가들을 말한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것도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NPT 체제하에서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핵실험을 한 국가로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등과 같이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외교노력을 배가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각종 국제회의나 양자대화를 통해 북한 주장의 부당성을 알리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그런 정보는 전혀 없다.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