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15경축사에 ‘부정적’ 반응 예상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문제에 관해 언급한 내용은 기존 입장에서 일부 변화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 비핵화’라는 전체 틀에선 불변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봤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조하는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이행에 대한 언급이 경축사에 없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은 두 공동선언의 존중.이행을 통일과 반통일을 가름하는 ‘시금석’이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과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과 남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책임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간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여 이에 대한 언급을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비핵.개방.3000’ 구상 가운데 ‘개방’이 빠진 점을 주목하고, 이 대통령이 대북 제안에 대한 북한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종래보다 좀더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 개방론에 대해선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흡수하기 위한 우회전략이라는 인식을 갖고 ‘개방’이라는 표현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개방’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이라는 말 앞에 굳이 “북한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라는 말을 넣은 것도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위기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북한 입장에선 큰 변화가 없는 제안이기 때문에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다만 북한도 내부적으론 이번 제안이 미국이 말하는 `포괄적 패키지’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검토.확인하려 할 것이며, 북미관계 속에서 `포괄적 패키지’가 논의되는 양상에 따라 이번 제안의 실현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경축사는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현실을 반영, 기존의 `비핵.개방.3000’에서 `개방’을 빼고 ‘평화’를 넣어 `비핵.평화.3000’으로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 실용.중도를 남북관계 분야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개방’을 중시한 입장에서 이를 뺀 것은 정부가 현실을 반영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체제유지에 대한 남한 대통령의 보장 같은 게 담겨있어 긍정 평가할 요소가 있다.

그러나 `개방’이라는 부분이 빠졌다 하더라도 핵문제에 관한 언급은 북한이 흔쾌히 수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말한 군축과 북한이 생각하는 군축도 다르다.

이번 경축사는 북한이 시간을 두고 관망할지, 즉각 반발할지 망설임이 생길 수 있는 제안이다. 경축사의 이러한 방향을 북한이 개략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현정은 회장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도 지연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결국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게 문제인데, 지금까지보다는 상당히 진정성을 담으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다. 주변국가들에 대한 설명과 이를 통한 대북 전달 등 후속조치에 따라 시간이 좀 지나면 뭔가 남북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북한이 호응할 만한 새로운 제안은 없다. 북한의 비핵화를 말하기 전에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남북간 협력과 평화구상이 돼야 하는데 여전히 비핵화가 선행되고 있다.

9.19공동성명이나 10.4남북정상선언에서 평화체제를 언급했던 것은 비핵화 촉진을 위한 여건을 만들고 그 이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는데, 비핵화를 전제로 하면 한발짝도 움직이기 힘들다. 비핵화를 중시해야 하지만, 그것을 전제로 움직이려 한다면 남북관계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

다만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대화’를 언급한 대목은 일단 작은 문제들부터 조금씩 대화할 수 있는 계기들을 앞으로 만들어 볼 여지를 보여준다.

북측이 이번 제안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선 핵폐기’ 요구에는 북한은 일관되게 거부 입장을 보여왔다.북한 입장에선 북미관계를 우선하면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국면을 생각하는 것 같다.

남북간에는 핵문제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핵문제만 전면에 내걸어 버리면 남북관계가 설 자리가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비핵.개방.3000’에서 `개방’ 부분이 빠져 `비핵.3000’으로 단순화된 것 같다. 북한이 `비핵.개방.3000’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받아들이기 쉽게 좀더 현실화한 것이다.

또 `비핵.3000’을 과거보다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5대 개발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현 남북관계에서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군축 제안을 한 것도 상당히 전향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기존 입장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북한이 생각할 수 있다. ‘선 비핵화’라는 전제가 불변이기 때문에 북한은 `비핵.개방.3000’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상에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북 제안에 6.15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이행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북한이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번 제안이 미국이 얘기하는 `포괄적 패키지’와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확인하려 할 것이다. 경축사 제안은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와 유사성이 있다. 미국과 조율한 뒤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에서 포괄적 패키지 안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즉 북한이 북미관계에서 포괄적 패키지안에 메리트를 느끼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이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의 안도 빛을 발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안의 성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북한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남북관계를 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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