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0일 전투 이어 모내기 전투 강요…“주민 고통 외면”

제7차 노동당(黨)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 명목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연일 노력 동원을 강요했던 북한 당국이 이번엔 ‘모내기 전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모내기 전투란 북한이 매년 농번기에 전(全) 주민을 총동원하기 위해 내세운 일종의 정치선전 구호로, 통상 40여 일간 지속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6일 ‘모내기 전투에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여 올해 알곡생산의 돌파구를 열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에 게재,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진행하면 정보당 10t의 목표를 얼마든지 점령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만리마 속도’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이어 “지난해 100년내 왕가물(가뭄)이 든 어려운 조건에서도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모내기전투를 성과적으로 보장한 시, 군 일꾼들의 사업 경험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면서 “올해 모내기 전투를 제철에 질적으로 와다닥 끝내기 위해서는 협동벌 어디서나 만리마속도 창조운동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문은 당국이 농업전선을 ‘사회주의 수호전의 제1제대 제1선참호’로 정했다고 강조하면서 전력공업 부문이 양수설비에 전기와 물을 우선적으로 보내고, 각 부문에서도 화학비료와 모내기 기계의 부속품, 영농물자 등을 농업전선에 무조건 보장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모내기 전투는 북한 당국의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실시되는 대표적인 노동 착취 사업이라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모내기에 쓰일 기계는커녕 식량조차 배급되지 않아 주민들로서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강제 동원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해마다 모내기 전투에 참가했다는 한 탈북민은 16일 데일리NK에 “북한 농촌에는 농사일을 도울 만한 기계는 물론 기계에 넣을 기름도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전부 맨 몸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면서 “효율적으로 농사일을 추진할 기반조차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인원을 아무리 많이 투입하든 10정보(3만 평 정도)를 가꾸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 당국은 모내기 전투에 전기와 물, 비료 등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내기 전투는 각 조직과 가정에서 ‘자체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불과하다”면서 “사실상 지금의 북한은 뭐든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주민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들 태반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선전을 위해 이를 국가적 일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탈북민도 모내기 전투와 관련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체제와 사상 외에 다른 생각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서 “70일 전투와 7차 당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모내기 전투를 지시한 건, 굶주림 등 고통은 외면하고 주민들을 오로지 당의 지시에만 집중시키기 위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농사일에 굳이 ‘전투’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자칫 주민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배곯으며 일해야 하는 현실에 불만을 가질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면서 “북한에선 ‘전투’라는 이름을 붙인 일에 있어 주춤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할 시 ‘반역’이라고 여긴다. 주민들은 이게 두려워 전투라 칭하는 일에 꼼짝 못하고 동원돼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탈북자는 “북한에선 특히 능력(뇌물 쓸 돈)이 없으면 갑작스런 전투 동원 지시에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밭에 나갈 기력이 없으면 단련대에 끌려가 고된 훈련을 받거나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70일 전투와 당 대회 준비에 연일 동원돼 지칠 대로 지쳐버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먹을 것도 주지 않으면서 ‘전투’ 운운하는 당국의 지시가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노랫소리처럼 들린다”는 불평이 나온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양강도나 자강도, 함경북도에는 그나마 산이라도 있으니 5, 6월 계속되는 보리고개 동안 산을 갉아먹기라도 할 텐데, 다른 지방 사람들은 배곯으며 메마른 땅에 농사를 지어야 할 판”이라면서 “(먹은 게 없어)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농사일을 하는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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