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실시하려고 했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인 ‘6·28방침’의 일환으로 각 도(道)내 주요 제강·제철·탄광 기업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시장물가 수준을 반영해 대폭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각 도내 경제개발특구 조성과 함께 각 도내 생산력이 비교적 우수한 대규모 기업소에게 완전독립채산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또한 북한의 경제난으로 사실상 생산시설 가동률이 30% 미만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소의 가동률 제고를 통해 국가 생산력을 향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땅한 재정수입이 없는 북한이 이러한 생산력 향상을 통한 해외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함경북도에 위치한 지난 9월과 10월 무산광산,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성진제강소 노동자들에게 기존 3000~4000원이었던 월급을 대폭 인상해 30만 원을 지급했다. 대폭 인상된 임금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물가인상 등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기업소들은 30만 원 중 20만 원은 현물, 10만 원은 현금으로 지급했다.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 국가경제개발위원회 명의로 무산 광산, 김책제철기업소, 성진제강소 등에 자체적인 생산활동을 보장하고 노동자 노임(월급)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포치(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당시 기업소 사장 등 관계자들이 30만 원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에 믿을 수 없다는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실제로 지급돼 상당히 놀라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식통은 “이번 포치는 함경북도뿐 아니라 다른 도에도 내려졌다”면서 “각 도의 비교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철·제강·탄광 기업소들이 선정돼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려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노임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기업소들은) 20만 원 가량을 쌀, 남새(채소), 부식물, 생활필수품 및 전자제품 등으로 주고 나머지 10만 원은 현금으로 지급했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인민생활필수품을 줬으니 시장에서 물건을 사들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몸이 안 좋다면서 출근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다른 기업소 노동자들은 노임과 물건을 많이 주니 이곳에 들어가겠다고 몰려들어 난리법석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함경북도 무산군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산지인 ‘무산광산’은 추정 매장량이 49억t에 달한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이 무산철광과 인접한 중국 옌볜(延邊) 지역 난핑(南坪)진과 허룽(和龍)시를 잇는 철도를 개통, 무산광산에서 채취한 철광석을 중국 각 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바 있다.
또한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성진제강소는 무산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을 가져와 제철 과정을 거친 뒤 선철과 강선 등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선철(銑鐵)과 강선(鋼線)을 중국 기업들에 판매해 벌어들인 외화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이 상당히 많다는 것과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 광물자원을 다루는 기업소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번 노임 인상 조치는 중국과 무역거래를 통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업소를 적극적으로 키워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면서 “설비 노후화 등으로 생산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선철이나 강선 등을 생산, 판매를 조건으로 중국 등 의 외자를 유치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번 임금인상이 군수물자 생산을 늘리기 위한 포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진제강소는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 관련 기업소다.
소식통은 “김책과 성진 노동자 노임도 함께 인상한 것은 철강 등을 생산해 군수물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산에서만 생산되는 것만 중국에 제대로 팔아도 김책제철소와 성진제강소 노동자들의 노임 인상분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기업소와는 다른 특별기업소를 양성해 본격적인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노동자 월급의 대폭 인상에도 현재 함경도 지역 물가는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산 지역의 경우, 쌀이 5800원(1kg)에 거래되고 있다.
소식통은 “임금 인상과 함께 현물을 줬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서의 수요가 대폭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기업소들이 노동자들에게 시장에서의 물품 구입 자제를 지시하고 있어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식통은 “나중에 받은 물건을 팔거나 다른 여타의 물건을 사는 수요증가 등으로 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