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25맞았어도 反美 자제

북한에서 ’반미 투쟁의 날’인 6.25전쟁 57주년을 맞았으나 예년에 비해 반미 목소리가 확연하게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빠짐없이 등장하던 ’미제 타도’, ’반미 성전(聖戰)’ 등의 용어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도 6.25를 전후해 속속 열리던 청년학생과 근로자들의 성토모임과 복수결의모임, 토론회나 웅변대회 등도 자취를 감췄다.

특히 지난해는 수십만 명이 참가한 평양시 군중대회가 열렸지만 올해는 실내인 평양체육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방송이 하루 뒤인 26일 보도했다.

지난해 군중대회에서 북한은 “미제 침략자들이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극악무도한 살인귀이며 우리 민족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높은 혁명적 경각성을 가지고 미국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군중대회를 전하는 북한 방송은 “대회에서는 박관오 평양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연설했다”고 밝혔으나 연설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반미 행사들이 변함없이 북한 내부적으로 개최되고 있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대외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올해 6.25를 전후한 북한의 ’반미 투쟁’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신문과 방송의 논조에서도 분명하게 읽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전 민족적인 투쟁으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자’라는 제목의 기념사설을 싣고 “전 민족이 반전.평화 투쟁을 적극 전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미국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나 북미 대결 양상과 관련한 경고성 발언 등은 들어있지 않았다.

지난해 사설은 제목부터 ’정의의 반미 대결전에서 민족의 존엄과 선군조선의 위력을 높이 떨치자’였다. 내용에서도 “미제가 또 다시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쌓이고 쌓인 원한을 폭발시켜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격멸 소탕하고 반미 대결전을 총결산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북한 언론매체들의 6.25와 관련 올해 논조는 6.25전쟁이 미국에 의한 ’북침 전쟁’이었으며, 전 민족적인 반전.평화옹호 투쟁이 중요하고 민족 대단합과 반(反)외세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6월은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묶인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 문제로 북미가 날카롭게 대치하던 상황이었고,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0월 북한의 핵실험 등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위기와 북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반면 올해는 방코 델타 아시아(BDA) 자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됨에 따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26일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북핵 ’2.13 합의’ 이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연합

소셜공유